"모성 사망률·빈곤·총기 문제에도 관심 필요"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교황청이 낙태권 판결을 뒤집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낙태 말고도 총기와 가난, 모성 사망률 등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바티칸 뉴스 편집장은 25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미국 대법원 결정이 "생명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생명 존중 사안에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토르니엘리 편집장은 사설에서 "언제나 생명을 위한다는 것은 임신으로 인한 여성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우 이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인용해 모성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흑인 여성의 경우 숨질 확률이 3배 가까이 높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언제나 생명을 위한다는 것은 여성이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낙태를 경험한 여성 75%가 빈곤과 싸우며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또 '하버드 정신의학 리뷰' 자료를 통해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급 육아 휴직 비율이 낮다는 점도 짚었다.
아울러 토르니엘리 편집장은 "또 언제나 생명을 위한다는 것은 불행히도 미국에서 아이와 청소년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된 총기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가톨릭은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돼 자연사할 때 끝난다'는 믿음 아래 낙태를 죄악시하지만, 낙태권 폐지만이 생명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낙태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생명과 관련된 사안으로 낙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형 제도나 가정생활, 이민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날 미국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확립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반세기 만에 공식 폐기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이를 반기면서도 여성이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사회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오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결에 "미국에 슬픈 날"이라며 판결을 이끈 보수 성향 대법관을 향해 "극단적"이라고 비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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