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예측…"어느 지역 폭발할지 몰라"
"식량생산 제한 조치 없애고 구제금융 요구 신속히 균형있게 대응해야"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해 여러 국가에서 정치 불안 사건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 게재한 '배고픔과 분노'라는 제목의 기사 등에서 통계 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여러 국가에서 올해 정치 불안 사건이 작년과 비교해 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역사적으로 대규모 시위, 폭동 등에 예측변수 역할을 해왔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요르단과 이집트와 같이 식량과 연료 수입 비중이 높고 재정이 부실해서 이미 불안정한 지역들이 위험하다.
물가 상승률이 70%가 넘는 튀르키예(터키)의 한 시장 상인은 작년 이후 가격을 3배로 올려야 했고 고객들의 구매량은 줄었다고 호소하며 "해법은 정부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된 스리랑카에서는 굶주리고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고 페루에선 시위가 이어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파키스탄에서 4월에 임란 칸 총리가 축출된 배경에도 생계비 상승 문제가 있고 인도에선 청년들이 모병제 개편으로 일자리가 줄 것을 걱정하며 방화 시위를 벌였다.
라오스는 채무불이행 직전이고 콜롬비아 선거에선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어느 지역이 폭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2년간 다섯 차례 쿠데타가 발생한 사헬(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 지역)이나 시위를 막기 위해 러시아 군대를 불러들인 카자흐스탄, 러시아 식량 의존도가 높은 키르기스스탄 등도 후보로 언급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실업 상태의 젊은 미혼 남성이 많은 지역일수록 사태가 폭력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경제력을 갖출 수 없다고 판단되면 폭동에 가담해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부패를 조장함으로써 사회 불안정을 초래하기도 한다.
임금이 물가를 쫓아가지 못하면 공무원들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렇게 되면 돈을 뺏기는 사람들은 분노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튀니지는 이런 불안 요인을 거의 다 갖고 있으며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12년 전 튀니지의 과일 노점상이 경찰의 계속되는 돈 요구에 항의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사건이 아랍의 봄을 촉발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앞으로 다가올 폭발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우선은 가격 통제나 수출제한과 같이 식량 생산을 어렵게 하는 조치를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령 튀니지 같은 나라에선 농부들은 경작물을 국가에 싼값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비옥한 땅을 놀린다.
또 바이오 연료로 태워버리는 곡물 양도 훨씬 줄여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제금융기관들은 각국의 구제금융 요구에 균형 있게 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스리랑카나 튀니지 등에 도착한 국제통화기금(IMF) 협상팀들은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개혁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또 분노가 곪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폭발 위험이 커지므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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