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하려면 남편 동의 필요한 일본…여성 결정권 제약 논란

입력 2022-06-28 11:12  

낙태하려면 남편 동의 필요한 일본…여성 결정권 제약 논란
후생노동성 "먹는 약 이용한 임신중절도 배우자 동의 필요"
"남성의 출산 강제권 국가가 보장" 비판…폐지 온라인 청원 운동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판례를 폐기해 찬반 논쟁이 거센 가운데 일본은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낙태할 수 있도록 규정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공임신중절(낙태 시술) 등에 관해 규정한 일본 모성보호법은 임신한 여성의 건강에 현저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성폭행으로 임신한 경우에만 낙태를 인정하고 있으며 의사가 원칙적으로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의 소식이 끊겼거나, 배우자가 동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경우,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배우자 동의 요건이 면제된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임신중절에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곳은 전 세계에 10여 개 국가·지역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유엔 여성 차별철폐위원회가 배우자 동의 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으나 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약물을 이용한 낙태에 관해서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시모토 야스히로 후생노동성 어린이·가정국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의원의 질의에 "먹는 중절 약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을 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일본의 연구자와 조산사 등으로 구성된 모임인 '더 안전한 중절을 위한 행동' 측은 배우자 동의 규정이 생식에 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배우자 동의 규정은 여성이 중절을 희망하더라도 남성이 '낳으라'며 동의서에 서명을 계속 거부하는 경우 여성이 중절할 수 없어 낳을 수밖에 없는 제도"라며 "남성이 '중절 거부권'과 '출산 강제권'을 가지고 있고, 이런 권리를 국가가 보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28일 오전까지 8만2천여 명이 동참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24일(현지시간) 공식 폐기했다.

이에 따라 낙태와 관련한 입법은 각 주 정부 및 의회에 권한에 맡겨지게 됐으며 낙태권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형법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일종의 입법 공백 상태에 있다. 다만 '먹는 낙태약'을 판매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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