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나토의 아태 진출 '연결고리' 되지 말라는 경고인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중국의 견제 기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한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아태 지역은 북대서양의 지리적 범주가 아니다"며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 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발 도전'을 처음으로 다룬 새로운 '전략 개념'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힌 직후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대(對)한국 견제 수위를 높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과 대화를 통해 나토의 아태 지역 확장을 촉진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의존해 점차 외교적 독립성을 상실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중국은 내정간섭 소지 등으로 직접적 공세가 부담스럽거나 본격 공세에 앞서 '사전 경고' 성격의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관영 매체를 활용하곤 한다.
윤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가에 대한 중국의 기류는 지난달 한국이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가했을 때와는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당시 중국은 "중국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수 있다"(5월12일자 글로벌타임스)며 수위 높은 표현을 썼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한국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일례로 지난달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IPEF 출범 움직임과 한일의 가입에 대해 질문받자 "아시아·태평양은 협력·발전의 고향이지 지정학의 바둑판이 아니다"며 원론적 입장을 꺼내는 수준에서 대응했다.
결국 중국이 한국의 나토 접근을 경제 사안인 IPEF 가입과는 다른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상화를 포함한 한미동맹 강화 행보를 본격 견제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발 도전'을 다루겠다고 하니 그동안 관망하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 같다"며 "인도·태평양으로의 나토 확장에 한국이 연결고리가 되어서는 안 되며,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 차원을 넘어 중국을 겨냥하는 동맹으로 바뀌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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