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뉴질랜드 연구팀 분석…"폭염피해 특히 과소집계"
"통계분석 체계 미비 저개발국에 체계적 감시체계 도입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최근 20년 간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전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이는 실제 피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통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중호우·산불 등 다양한 기후 이변 가운데 특히 온난화의 직접 영향을 받는 '장기 폭염'의 피해 상황이 가장 과소집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뉴질랜드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기후 환경 연구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장기 폭염·한파·홍수·가뭄·산불·태풍(열대성 저기압)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2000∼2020년에 50만6천770명으로 집계됐다.
태풍(20만1천명)의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고 장기 폭염(15만7천명), 홍수(11만1천명), 가뭄(2만1천300명), 한파(1만4천900명), 산불(1천57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같은 기간 2조2천억 달러(약 2천800조원)에 이른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런 유형의 기후 이변은 대부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EMDAT)를 기반으로 한 이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중저소득 국가는 정확한 통계 분석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기후 가운데 이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유형은 장기 폭염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폭염의 정의조차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고, 일부 국가는 지역별 검측소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폭염으로 사망해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EMDAT 데이터에는 2000∼2020년에 전세계에서 발생한 장기 폭염 사망자 15만7천명 가운데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6.3%에 불과한 1만 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지역 인구가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면적도 전체 육지의 6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부자연스러운 수치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문제의 통계에는 2003년, 2010년에 각각 기록된 유럽 장기 폭염 사망자 12만5천 명이 포함돼 있는데, 당시 유럽의 습구온도(습도를 반영한 기온)는 28도였다. 아시아 남부에서 거의 매일같이 넘나드는 기온이다.
연구에 참여한 프리데리크 오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이 데이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록된 장기 폭염이 딱 11차례 뿐"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체계적인 기상이변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기상이변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야 기후 정책이 온난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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