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장관 "일요일 새벽 2시간 새 잇따라 사망"…"혼잡해 못 빠져나와" 증언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그들은 죽을 때까지 춤췄다."
베헤키 첼레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장관은 일요일인 지난 26일 새벽 동남부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의 한 술집에서 십대 21명이 집단으로 의문사한 것과 관련, "그들은 문자 그대로 춤추면서 죽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시티즌 등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이들 10대 사망자 연령대는 13∼17세로 소년 12명, 소녀 9명이었다.
이들의 순차적인 사망 추정 시간은 휴일 오전 2시 13분에서 4시라고 첼레 장관은 말했다.
첼레 장관은 "그들은 춤추고 쓰러져 죽었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지럼증을 느끼고 소파에서 잠자면서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모두 아이들이었다. 누군가가 주목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이 쓰러지면 다른 사람들이 이들을 한쪽에 밀쳐놓고 계속 춤췄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경찰에게 당시 뭐 하고 있었느냐고 엄중히 따지고 있다고 첼레 장관은 전했다.
문제의 에뇨베니 술집은 주택가에 바로 붙어 있어 이전에도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소음이 심해 주민들 민원이 제기된 곳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이스트런던이 위치한 이스턴케이프주(州) 주류협회는 해당 술집 주인을 고소할 방침이다. 18세 이하는 주류판매가 위법인데도 버젓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남아공 경찰은 현지 경찰과 함께 최대한의 경찰력을 수사에 투입했다.
그때 술집 안은 1, 2층 모두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차고 바깥에서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더 치고 들어오려고 혼잡이 빚어졌다. 현장 입구의 통제인원은 2명밖에 안 돼 문을 못 닫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당시 주류 판촉으로 술집에 고용돼 있던 시노부유 모니아네(19)는 "스프레이를 공중에 살포한 냄새 같은 게 강하게 났다. 누군가 '질식하고 있다'며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쳤는데 가득 찬 사람들 때문에 도무지 문까지 헤쳐나갈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느 순간 쓰러졌으나 누군가 찬물을 퍼부어 깨어났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깨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술집 안에서 음악을 틀던 DJ는 장내가 너무 혼란해 음악을 중지했는데도 광란의 춤판이 계속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술집은 학교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모임에 DJ 생일잔치에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쓰기 등 방역규제가 전면 해제된 것을 자축하는 분위기도 어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십대들이 20명이나 넘게 집단 의문사한 전례 없는 참사와 관련, 부검이 시행됐으며 독극물 중독 여부를 가리는 검사도 진행 중이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생존자들은 요통과 가슴 조임 증세, 구토, 두통 등을 호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남아공은 연간 1인당 음주량이 28.9L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았다.
공중보건 의료전문가인 수전 골드스타인 교수는 남아공 인구의 절반 이하는 알코올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음주자의 경우 중독이 될 정도로 폭음을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스타인 교수는 지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동안 가장 강력한 봉쇄령 속에 주류 판매도 금지됐을 당시 병원 외상센터는 훨씬 입원자들이 적고 일부는 텅텅 비기도 했다면서, 술집 출입이 금지된 십대까지 새벽녘까지 음주하고 춤추는 상황은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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