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중국과 대립각…EU '전략적 자율성' 후퇴하나

입력 2022-06-29 17:09  

나토, 중국과 대립각…EU '전략적 자율성' 후퇴하나
우크라 전쟁으로 러·중 밀착, 서방과 신냉전 구도
미·영 주도 대중 강경 기류…프랑스·독일 회의적 입장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미국 주도의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과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우면서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안보 지형 변화를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나토의 새 전략개념에는 '중국의 도전'을 처음으로 적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 시작 전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 안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을 정식 의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이 러시아와 점점 긴밀하게 협력한다면서 중국의 위협을 나토의 안보 환경 평가와 전략·대응 방법 등을 담은 '전략 개념' 문서에 처음으로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8일 "나토의 새 전략개념에 중국이 제기하는 다면적인 도전을 분명하게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든 중국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전략 개념을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자 그 사이에서 EU는 전략적 선택을 다각화하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EU와 중국은 인권 문제를 비롯해 대만 문제, 무역 갈등 등 긴장 요인에도 교역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까지 모색했다.
EU는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는 한편,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는 경제적인 관계뿐 아니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대만 문제 등 외교적 갈등에 대응하는 세계 전략의 하나로 유럽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생겨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구도가 격변해 서방과 반서방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EU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 노력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 일방적인 외교·안보 정책으로 서방의 안보 축인 이른바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크게 흔들렸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한 전통적 동맹과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안보 지형이 격변하면서 대서양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나토의 동진(東進)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러시아에 대해 미국, EU, 나토 등 서방 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미국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방과 러시아·중국 진영 간 대결 양상이 나타나면서 유럽 안보에 대한 중국의 위협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주도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EU 국가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나토의 새 전략개념에 미국과 영국은 중국 문제에 대해 더 강한 표현을 넣자고 요구한 데 대해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언급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의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언급하는 선에서 타협안이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공동의 이해가 있는 영역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표현을 더해 균형을 잡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나토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면서도 유럽을 향해서는 협력 의사를 지속해서 표명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8일 유럽을 향해 "중국과 유럽은 동반자이지, 적수가 아니다"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미국의 패권 정책에 '하위 파트너'로 끌려들어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 싱크탱크 엘카노 연구소의 마리오 에스테반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중국은 유럽과 나토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EU 전문매체 유랙티브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심은 동아시아 안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과 전 세계적인 미국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럽은 지정학적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발 이주민 압력과 테러 위협에 더 관심이 많을 뿐 중국의 위협은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U의 한 관리는 나토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따를 것이며 냉전 시대와 같이 군비를 증가하고 장벽을 더 높이 쌓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나토가 미국과 영국의 '앵글로색슨 축'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제는 더 이상 EU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EU가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중국 포위 정책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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