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연료비 폭등에 못 살겠다"…거리 나선 시위대

입력 2022-06-29 16:24  

중남미 "연료비 폭등에 못 살겠다"…거리 나선 시위대
에콰도르, 반정부 시위 유혈사태…대통령 탄핵 가까스로 모면
아르헨티나·페루, 화물차 기사 파업 선언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중남미 곳곳에서 꺾일 줄 모르는 연료비 상승세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속속 거리로 나서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유혈사태로 번진 반정부 시위 국면 속에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아르헨티나와 페루에서는 트럭 운전사들이 "도저히 일을 못 할 상황"이라며 운전대를 놓고 파업에 나섰다.
에콰도르 국회는 28일(현지시간) 격화하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책임론으로 기예르모 라소(67)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재적의원(137명) 3분의 2 이상(92명)에 미치지 못하는 찬성표 80표로 부결됐다.
현재 에콰도르에서는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 주도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은 휘발유·경유 가격 인하다. 에콰도르 정부에서 발표한 가격은 갤런(3.78L)당 휘발유 2.55달러와 경유 1.9달러인데, 경유의 경우 2020년 1달러 수준에서 배 가까이 올랐다.
주민들은 갤런당 휘발유 2.10달러, 경유 1.50달러로 각각 내려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농성 중인데, 곳곳에서 빚어진 군·경과의 충돌로 지금까지 군인 1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군인 사망 소식 이후 라소 대통령은 이번 시위 선봉에 선 레오니다스 이사 CONAIE 대표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진실하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언제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에서는 화물차 기사들이 기름값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페루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647달러로, 3월 5.35달러보다 25% 가까이 껑충 뛰었다. 디젤 가격도 4.05달러에서 4.52달러로 올랐다.
페루 트럭 운전사 대표인 루이스 마르코스는 자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운송료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 요구의 본질은 연료비 인상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지난 몇 주간 화물차 기사들의 농성이 이어진 데 이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대규모 집회까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수도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진입로를 차단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화물차 기사들은 치솟는 연료비(디젤 갤런당 3월 3.25→6월 3.67달러)도 문제이지만, 연료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데 분노를 터트렸다.
농성에 참여했던 루벤 다리오 페르난데스는 "연료를 하루에 60L밖에 얻을 수 없다"며 "긴 거리를 갈 수 없을뿐더러 하루에 일을 조금밖에 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실제 아르헨티나 에너지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기준 디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 증가한 반면 생산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7%에 그쳤다.
다만, 중남미 사회 불안의 궁극적인 배경은 결국 팬데믹에 따른 경제난과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연료 가격 상승에서 찾아야 한다고 AP통신은 진단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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