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대 '반 네타냐후' 구도…확실한 우세 없어 정국안정 난망
라피드 외무장관이 임시 총리…1년만에 물러나는 베네트는 야인으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 저지를 위해 출범한 '무지개 연정'이 출범 1년여 만에 붕괴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30일 집권연정이 제출한 해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120명의 의원 중 92명이 찬성했고, 나머지는 기권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13일에 출범한 제36대 이스라엘 정부의 여정도 1년여 만에 정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은 오는 11월 1일에 치러진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 3년여 만에 치르는 5번째 조기 총선이다.
총선을 통해 다음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야이르 라피드 외무부 장관이 임시 총리를 겸임한다.
다음 달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라피드 임시 총리가 맞이한다.
1년 만에 총리 자리를 내놓은 베네트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으며, 자신이 이끌어온 극우 성향 정당 야미나의 당권도 아옐레트 샤케드 내무부 장관에게 넘겼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 해체는 지난 20일 연정의 양대 축인 베네트 총리와 라피드 장관의 합의로 공식화됐다.
이후 야권 지도자인 네타냐후 전 총리를 중심으로 대안 정부 구성 시도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지난 27일 여야가 해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사실상 확정됐다.
다음 총선의 핵심 이슈는 총 재임 기간 15년이 넘는 네타냐후의 재집권 여부다.
현지 일간 마리브가 지난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시점에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은 전체 120석의 의석 중 34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네타냐후를 지지하는 전체 정당의 의석수는 57석으로 과반(61석)에 미달하고, 1년 만에 깨진 반네타냐후 성향의 '무지개 연정' 참여 정당들의 예상 의석수도 57석으로 과반을 채우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최악의 경우 6번째 조기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3년여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 자체가 불발했다.
2020년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현 국방부 장관의 중도성향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으나 출범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에서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원내 제1당으로 우파정부 구성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네타냐후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로 합의한 8개 군소 정당들이 연정을 출범시켰다. 라피드 장관의 중도성향의 예시 아티드를 중심으로 좌파, 우파, 아랍계 등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정당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턱걸이 과반'(120석 중 61석) 의석으로 출범한 집권 연정은 총리 소속 정당인 야미나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지지 철회로 과반 의석을 잃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기간 유대인의 성지 알아크사 사원 경내 진입 허용과 알자지라 기자 장례식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행사 등이 원인이 됐다.
또 이른바 '요르단강 서안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내부 이탈표가 추가로 나오자, 연정 지도부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택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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