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인종차별 정책으로 강제 몰수됐던 LA 토지 반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한 흑인 가족이 과거 인종차별 정책으로 빼앗겼던 260억 원 상당의 조상 땅을 거의 100년 만에 되찾았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LA 카운티는 맨해튼비치 내 알짜 부지를 흑인 브루스 가문의 상속자들에게 반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이 땅은 1920년대 맨해튼비치 시(市) 당국이 강제 수용 절차를 통해 흑인 부부 찰스, 윌라 브루스로부터 빼앗은 부동산이다.
현재 이 땅의 가치는 2천만 달러(약 260억 원)로 추정된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해변 리조트에 흑인 출입이 금지되던 시절인 1912년 브루스 부부는 이 땅을 매입해 흑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휴양 시설 '브루스 비치'를 조성했다.
하지만, 백인 주민들과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은 브루스 부부에게 인종차별적인 위협을 가했고 시의회는 백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1924년 '브루스 비치'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이 부지를 몰수했다.
이후 이 땅은 LA 카운티로 소유권이 넘어가 구조요원 훈련 본부와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정당한 소유권자인 흑인 후손들에게 이 부지를 돌려줘야 한다며 현지 시민단체들이 2년 전부터 반환 운동에 나섰고, LA 카운티는 이를 수용해 브루스 가문 상속자들에게 이 땅을 돌려주기로 했다.
LA 카운티 행정 책임자 재니스 한 슈퍼바이저는 "1세기 전 브루스 부부를 상대로 저지른 부당한 행위를 결코 만회할 수 없고 과거를 바꿀 수도 없지만, 이번 조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카운티는 브루스 가문 후손들에게 소유권을 돌려주고, 구조대원 훈련 시설 등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 2년 동안 이 땅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운티가 브루스 가문에 지급하는 연간 임대료는 41만3천 달러(약 5억4천만 원)다.
브루스 가문 대변인은 성명에서 "잃어버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의 범죄 행위와 가족에게 가해진 테러를 기억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정의를 향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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