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한일 정상 대화 언급 자제하고 기존 입장 되풀이(종합2보)

입력 2022-06-30 17:59  

日정부, 한일 정상 대화 언급 자제하고 기존 입장 되풀이(종합2보)
관방 부장관 "극히 짧은 시간 만났다" "관계 정상화 힘써줬으면 한다 했다"
日언론 "관계 정상화 첫걸음 가능성도 있지만 정상화 길 험난"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성진 특파원 = 한국과 일본 정상이 28~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틀간 5차례 대면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하지만 다음 달 1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 측은 두 정상 간 대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한국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소개했다.
◇ 기시다 '해결책 내놓아야' 기존 입장 되풀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9일 한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 대해 "제가 받은 인상은, 한일 현안을 풀어가고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됐다"며 친근감과 신뢰감을 드러낸 데 비해 기시다 총리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은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주장이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환영 갈라 만찬,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AP4 및 나토 사무총장 기념촬영,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를 통해 총 5차례 대면했다.
두 정상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한 환영 만찬 자리에서 처음 만나 약 4분간 대화했다.


◇ "한국 독도 해양조사로 정상회담 불발"…정상 발언 양국 발표도 달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 측은 당초 미국의 지원을 받아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30분 정도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상정했다. 6월 중순께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준비한다는 구상이었다.
일본 외무성 간부도 이와 관련해 "국제회의를 활용하는 쪽이 허들이 낮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한국의 조사선이 독도 주변 해역에서 해양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자민당 내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한다.
아사히는 "일본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하는 징용공(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측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한일 정상회담에) 제동을 걸었다"고 진단했다.
한일 정상은 공식 회담 대신 짧은 시간 서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한 양국의 발표에 차이가 있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가 펠리페 6세가 주최한 환영 만찬 자리에서 "한일 관계가 보다 건전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윤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소자키 요시히코 일본 관방 부장관은 29일과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이) 극히 짧은 시간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며 "기시다 총리가 '매우 엄중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힘써줬으면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측의 발표는 쌍방이 노력하자는 의미인데 일본 측 발표는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취지라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아사히는 "기시다 정권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회담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 국내 보수파의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양국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안 돼 한일 정상회담을 미루면서 짧은 시간 서서 얘기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리관저의 간부는 "한국 측에서 '볼'(해결 방안)이 넘어와서 진전이 있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할 수 없다"며 "이것이 총리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갈등 현안과 관련해 한국 측이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의 주변 인사는 "총리는 한일 관계를 움직이는데 신중하다"고 전했다.
2015년 외무상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이번에도 한국 측과 타협했다가 합의가 어그러지면 정권에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의 만남과 관련해 "한일관계 개선을 향한 첫걸음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상화의 길은 험난하다"고 진단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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