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일변도이던 한국 게임 시장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풍부한 개발 인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콘솔·PC 패키지 게임에 진출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났다.
지난달 28일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으로 발매된 넥슨의 'DNF 듀얼'은 그간 한국 게임 업계에서 보기 드물던 대형 게임사의 콘솔 신작이다.
◇ 웰메이드 격투 게임 'DNF 듀얼'…PC판 지원은 다소 아쉬워
DNF 듀얼은 넥슨의 대표 IP '던전 앤 파이터'(던파)속 클래스에 기반한 16명의 캐릭터를 골라 상대방과 격투를 펼치는 대전 게임이다.
제작에는 IP를 보유한 넥슨 산하 개발팀 네오플과 '길티기어', '블레이블루' 등 성공적인 대전액션 게임 시리즈를 만든 일본의 아크시스템웍스, '블러디 로어' 시리즈를 만든 에이팅이 협업했다.
던파를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캐릭터와 기술, 스테이지, 배경음악이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재탄생했다.
DNF 듀얼은 초보자들을 위해 진입 장벽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커맨드를 정확한 순서와 타이밍에 입력해야 기술이 나가던 기존의 대전 격투 게임과 달리, 기술 대부분을 상하좌우 방향키와 버튼 하나의 조합만으로 구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결코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 16개의 캐릭터는 제각기 전투 방식이 크게 다르고, 한 가지 기술도 다른 기술과 다양한 연계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캐릭터별 스토리 모드도 이용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길이로 기존 던파 팬들도, 던파가 처음인 게이머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돼있다.
게임의 퀄리티는 높지만, 콘솔 플랫폼에 맞춰 개발한 게임 특성상 PC판 지원은 다소 아쉬웠다.
메뉴에서 마우스를 지원하지 않아 모든 조작을 키보드로 해야 했고, 화살표 키를 캐릭터 이동에 할당할 수도 없었다.
DNF 듀얼의 스팀 리뷰에는 키 설정 문제를 지적하는 글과 함께 비추천 사유로 '서버 상태가 불안정해 자주 연결이 끊긴다', '게임이 예상치 못하게 꺼진다'는 리뷰가 여럿 달렸다.
넥슨 측은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통해 게임 내 이슈에 대한 의견을 취합 중이고, 개발사와 논의해 개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 게임사들 콘솔시장 진출 '성큼'
넥슨의 콘솔 게임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경에는 '마비노기'를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출시하려다가 취소한 바 있고, 2012년에는 같은 플랫폼에 던파 IP를 활용한 '던전 파이터 라이브'를 출시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로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넥슨은 이번에 선보인 DNF 듀얼에 이어 연내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콘솔·PC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출시할 예정이다.
2004년 나온 원작의 분위기와 조작감을 대부분 계승하되,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그래픽과 시스템을 선보이는 신작이다.
펄어비스[263750]와 크래프톤[259960]은 일찍이 콘솔 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여왔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2019년 엑스박스 원과 PS4로 선보여 세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펄어비스는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붉은사막', '도깨비' 역시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크래프톤도 현재는 서비스 종료한 MMORPG '테라'를 PS4와 엑스박스 원으로 선보인 적 있고, 배틀그라운드도 콘솔판을 서비스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이달 초 열린 글로벌 온라인 게임쇼 '서머 게임 페스트'에 국내 게임사로서는 유일하게 참가, 북미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그간 콘솔 게임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던 엔씨소프트[036570]도 개발 중인 MMORPG '쓰론 앤 리버티', 인터랙티브 무비 '프로젝트 M' 등을 PC와 함께 콘솔 플랫폼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국내 콘솔 게임 시장, 비중은 적지만 매년 30∼60% 성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게임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모바일 게임(57.4%), PC 게임(26%)과 비교해 확연히 적다.
하지만 한국 콘솔 시장은 포화 상태인 다른 플랫폼과 달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 매출액은 2017년 3천734억원에서 2018년 5천285억원, 2019년 6천946억원, 2020년 1조925억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성장률로만 보면 매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 가까이 시장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런 국내 시장에서의 콘솔 게임 저변 확대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콘솔 게임이나 패키지 게임을 출시하려면 '악성 재고'가 될 위험을 안고 실물 타이틀을 찍어내야 했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게임 판매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게임사의 리스크도 줄었다.
판매량이 부진하더라도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입점하는 선택지가 있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그간 온라인·모바일 게임으로 덩치를 키운 게임사들이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개척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나올 게임들의 성적표를 봐야겠지만, 서구권 콘솔 시장도 강자들이 많아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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