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강북 재개발 분양 착수…강남은 '고민'

입력 2022-07-03 09:36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강북 재개발 분양 착수…강남은 '고민'
강북·광명 재개발 단지 "불확실성 제거"…하반기부터 분양 재개
강남 재건축은 인상폭 미미해 미온적…"택지비 안오르면 후분양"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이 지난달 말 입법예고에 들어간 가운데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과 비강남권 정비사업 조합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서울 강북과 광명 등 비강남 정비사업들은 그간 중단됐던 일반분양이 올해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나 강남에서는 상한제 개편에 따른 분양가 상승폭이 미미해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강남권 일부 단지는 택지비가 오르지 않을 경우 후분양을 택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 이주비 대출 많을수록 분양가 상한제 인상폭 커져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에서 이주비 금융비용, 명도소송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 정비사업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해주기로 했다.
이중 이주비 금융비(세입자 전세보증금반환금 포함)가 반영 항목의 거의 전부인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감정평가액이 높을수록, 또 1주택자와 실거주자가 많을수록 분양가 반영 비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 이주비는 2019년 '12·16 대책' 이후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1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 조합원에만 대출이 지원된다.
다주택자와 1개 지분을 2개로 쪼개 아파트를 '1+1' 형태로 받는 조합원에게는 이주비가 나가지 않는다.
이와 함께 9억원 이하는 조합원 지분 평가액의 40%, 9억∼15억원 이하는 20%, 15억원 초과 부분은 20%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제한된다.
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하나감정평가법인 오학우 감정평가사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580명)의 경우 조합원의 50%가 이주비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이번 상한제 개편으로 추정분담금 검증 당시 산출한 예상 일반분양가(3.3㎡당 약 6천310만원)기준으로 2.18%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A아파트는 조합원 평가액이 모두 15억원을 초과하는 단지다.
그러나 만약 이 단지의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1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 비율이 70% 정도라면 이주비 대출 규모와 금융비용도 커지면서 분양가가 기존보다 3.03%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대로 다주택자가 많아 이주비 대출이 가능한 조합원 비중이 30%에 그치면 분양가 인상률도 1.35%로 미미할 전망이다.
여기에 당장 이달 중 오를 것으로 보이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분(3.3㎡당 9만원)을 반영해도 분양가 인상률은 최대 1.49∼3.17% 정도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B아파트(조합원 660명)는 조합원의 50%가 이주비를 받아 가면 분양가가 추정분담금 검증 당시 산출한 예상 분양가(3.3㎡ 5천41만원)에서 1.44% 오르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주비 수령 비율이 70%면 1.97% 오르고, 만약 30%만 이주비를 받는다면 분양가 상승률은 0.91%에 불과하다.
오 평가사는 "일반적으로 조합원의 평가액이 높으면 이주비 금융비용이 높아지고, 분양가 상승분도 커지지만 이주비 대출을 못 받는 다주택자 조합원과 또는 1+1 분양이 많은 단지는 분양가 상승 비율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상한 분양가 인상률은 대략 1.5∼4%(기본형 건축비 인상률 포함) 수준이며 조합원 이주비 외에 영업손실비와 세입자 주거이전비 등이 추가로 분양가에 반영되는 재개발이 재건축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 강북 재개발 단지 분양 재개…강남 재건축 "관건은 택지비·재초환"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강남 재개발과 광명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하반기부터 분양에 착수할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재개발 사업인 이문3구역과 휘경3구역 등이 분양가 산정 절차에 착수했고, 재건축 사업인 경기도 광명시 철산 주공 8·9단지도 올해 하반기 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는 당초 분양가 인상폭이 10%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인상폭은 작지만 개편안이 확정돼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분양이 임박한 정비사업 단지는 분양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 인상폭이 기대 이하여서 미지근한 반응이다.
강남에서 분양된 일반분양 아파트 분양가 중 최고가는 지난해 일반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의 3.3㎡당 5천280만원으로, 여기서 상한제 개편 등으로 평균 3%가 오른다면 3.3㎡당 분양가는 5천438만원 수준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1억원을 넘는 가운데 여전히 '반값 아파트'인 셈이다.
신반포 15차 재건축 조합은 선분양과 후분양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토지비가 분양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이번 상한제 개편에 따른 인상률은 미미하며, 결국 땅값에 달렸다"며 "분양가 심사를 타진해보고 분양가가 기대 이하이면 후분양을 택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진주는 유물 발굴 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하반기 중에 일반분양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일단 분양가 심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일반분양이 5천가구에 육박하는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는 우선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연내 분양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고, 서초구 반포3주구는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해 후분양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이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택지비 적정성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땅값이 종전보다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부동산원의 토지 평가 시스템이 바뀌면 그동안 조합의 불만 요소로 작용한 비교 표준지 선정 등에서 변화가 발생해 택지비가 예상보다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상한제 개선안이 시행되는 내달부터 부동산원·지자체와 조합 간의 본격적으로 줄다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는 앞으로 재건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하반기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는 내용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에 나선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근본적인 고민은 일반분양가보다는 재초환 부담금"이라며 "인당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지 않는 한 재건축 사업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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