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상원의원 "공권력에 의한 반인류 범죄에서 시민 보호"
"과거 선친 독재 행적 때문에 어려울 것" 전망도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가 대통령에 취임한 가운데 재야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권력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원국으로 재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야권 인사인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초법적 처형과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ICC에 회원국으로 다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일라 데 리마 전 상원의원도 ICC 회원국 지위를 회복하면 국가 이미지도 개선되고 공권력에 의한 반인류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데 리마는 전임 두테르테 행정부 시절 마약과의 전쟁을 가장 강하게 비난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 거물 마약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돼 5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이와 관련해 데 리마는 두테르테 정권의 정치 보복이며 범죄 혐의는 날조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필리핀은 2016년 7월 ICC에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후 ICC 검사실이 2018년 2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 전격 탈퇴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숨졌다.
인권 단체들은 필리핀 경찰이 초법적 처형을 자행했다고 비난해온 반면 경찰은 용의자들이 무장했기 때문에 무력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맞서왔다.
이와 관련, '시민을 위한 변호사협회'(NUPL)의 에드레 올라리아는 "마르코스 대통령도 인권 침해를 자행한 선친의 독재 행적 때문에 ICC 회원국 재가입을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최근 ICC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조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ICC는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류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수락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가 같은 해 11월 10일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유예를 신청하자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칸 검사장은 조사 재개를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르코스는 지난달 30일 17대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의 선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집권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명의 반대파를 체포·고문하고 살해하면서 독재자로서 악명을 떨쳤다.
이에 참다못한 시민들이 1986년 민중혁명인 '피플 파워'를 일으키자 마르코스는 하야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타계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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