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28㎓ 대역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서 실증사업
기지국 구축 확대, 정부 기대하지만 통신3사 난색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이르면 올해 말부터 수도권 지하철에서 기존보다 10배가량 빠른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답보 상태인 5G 28㎓ 기지국 확대에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며 통신업계의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고 있으나, 업체들은 사업 모델이 마땅치 않다며 난색을 보였다.
◇ 올해 말 목표로 5G 28㎓ 대역 이용한 와이파이 도입
4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통신3사는 올해 말 서비스를 목표로 지하철 전동차 내 와이파이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진행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철 객차 내 와이파이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74.85Mbps였다.
전체 상용 와이파이 평균 속도(400.85Mbps)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5G 28㎓와 연계할 경우 지하철 전동차 내 와이파이 속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지하철 2·5·6·7·8호선 구간에 5G 28㎓ 기지국 구축은 마쳤고 하반기까지 객차 내 수신기 설치 등을 끝낼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와의 협의, 심야 작업에 따른 법령 준수 등 변수가 있어 서비스 제공 시점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10배 빨라진 공공 와이파이…단말기·구간마다 서비스 들쭉날쭉
기자는 과기정통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의 협조를 얻어 지난달 30일 오전과 오후 각각 한 차례씩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성수역∼신설동역 구간)을 오가며 고속 와이파이 체험을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5G 28㎓ 와이파이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구분 없이 지하철 전동차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8G통신3사_2.4G', '28G통신3사_5G' 등에 접속하면 된다.
하지만 안내문이 전동차 상단부에 붙어 있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또 이날 지선을 운행한 전동차 3개 중 고속 와이파이를 접속할 수 있는 차량은 1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열차에서는 정비 등의 이유로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체험은 지난해 출시된 삼성 갤럭시 S21 울트라와 2019년 출시된 삼성 갤럭시 S10 5G 등 두 개 기종으로 했다.
와이파이6에코(E) 규격을 지원하는 삼성 갤럭시 S21 울트라에서 측정한 다운로드 속도는 404Mbps에서 1천130Mbps 사이를 오갔다.
와이파이5을 지원하는 삼성 갤럭시 S10 5G에서는 주로 80∼100Mbps 내외의 다운로드 속도를 기록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악천후 탓에 속도가 20Mbps 안팎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체험에 동행한 한국전파진흥협회 관계자는 "단말기와 구간, 날씨 등에 따라 와이파이 감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백홀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존보다 속도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5G 28㎓ 둘러싸고 정부-통신3사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 이어져
정부와 통신업계는 5G 28㎓ 기지국 설치를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통신3사의 5G 28㎓ 기지국 구축 의무이행률은 4월 30일 기준 11.2%로 주파수 할당 취소 기준치(10%)를 간신히 넘겼다. 그나마도 통신사별 중복계산을 인정해 준 결과였다.
과기정통부는 5G 28㎓ 기지국을 구축하면서 5G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활성화, 28㎓ 산업융합 확산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통신3사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특히 B2B 분야에서 실질적인 수요가 없어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 실증사업이나 지하철 구축 등을 따라가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8㎓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5G 서비스의 설비투자와 상용화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5G 28㎓를 둘러싼 논쟁은 미래를 미리 대비하려는 정부와 사업성을 보는 사업자 간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유하자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쟁인데 대화를 통해 간극을 메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cd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