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세력 ⅔ 이상 유지 전망…유권자 67% 개헌 찬성
여당, 방위력 강화 등 안보 이슈 vs 야권 '경제·물가' 공략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성진 특파원 = 4일 오후 6시 30분 도쿄 에도가와구 도부 프렌드홀에서 열린 자민당 참의원 후보자 연설회.
350석 규모의 홀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으며 통로에도 서서 듣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이 연사로 나서 이쿠이나 아키코 도쿄선거구 자민당 참의원 후보를 응원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단상에 올라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러시아의 서쪽 이웃국은 우크라이나고 동쪽 이웃국은 일본"이라며 "동아시아에서는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는 북한과 지난 20년간 군사력을 수십 배나 확대한 중국 가운데 일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주변 상황이 극히 냉엄하다"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회에 참석한 한 70대 유권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위협에 자민당이 잘 대처할 것 같아서 자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설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50∼70대로 20대 등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자위대 헌법 명기' 개헌세력 ⅔ 유지 예상
닷새 앞으로 다가온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방위력 강화와 헌법 개정 등 안보 관련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참의원 과반 의석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찬성 4개 정당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4개 정당의 현재 참의원 의석은 166석(68%)이다. 참의원 절반가량인 125석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82석 이상을 확보하면 3분의 2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
요미우리는 이들 4개 정당이 78~104석을, 마이니치는 76~103석을 차지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임기가 3년 남아 있는 4개 정당의 의석수는 84석이다. 요미우리 판세 분석 기준으로 보면 4개 정당의 의석수는 선거 후 최소 162석(65%), 최대 188석(76%)이 된다.
이들 4개 정당이 개헌선인 3분의 2를 크게 넘을 확률이 높은 쪽이다.
개헌 세력이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3분의 2 이상을 유지하면 일본 내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개헌의 내용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다.
자민당 공약집은 "자민당은 현재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선거구)합구 해소, 교육 충실 4개 항목을 제시했다"며 "중·참의원에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 개정을 조기에 실현한다"고 기술했다. '자위대 명기'를 개헌 사안으로 담았다.
이외 공명당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자위대 위헌론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 조항으로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상 명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계속 검토를 진행해 나가겠다", 일본유신회는 "헌법 제9조의 평화주의와 전쟁 포기를 견지하면서 자위대를 명확히 규정할 것이다", 국민민주당은 "자위권 행사 범위, 자위대의 보유 등에 관해 구체적인 의논을 해나가겠다. 호헌과 개헌의 이원론에 머물지 않고 국회에서 건설적인 헌법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각각 공약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기도 했으나, 개헌 세력이 국회의 3분의 2 이상이었을 때도 개헌안을 발의조차 하지 못했을 만큼 개헌은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민들 가운데서도 개헌 필요성에 동감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 3∼4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68% 수준으로 필요가 없다는 응답(30%)의 두 배를 웃돌았다.
또 자민당이 내놓은 개헌안에 대해 67%가 찬성했고 30%가 반대했다.
참의원 선거 결과, 개헌 추진 세력이 참의원 총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 내년에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헌법심사회를 열어 2024년 개헌안 발의, 2025년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는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방위력 강화 공약도 전면에 내세웠다.
자민당 공약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방 예산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목표도 염두에 두고 내년부터 5년 이내에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방위비 목표액과 달성 시점을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나토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GDP 2% 이상의 방위비 확보를 목표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방위비는 GDP의 1% 안팎을 유지해왔다.
◇ 야권, 기시다 물가 대책 부실 비판하며 반전 도모
입헌민주당은 '자위대 존재 근거 명기' 개헌에 반대 입장이며, 자민당이 주도하는 방위비 대폭 증액 움직임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위력 강화에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 소요를 산정하지 않고 재원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방위비를 대폭 늘리겠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공산당도 방위비를 2배로 늘리고 그 재원을 소비세 증세로 충당하면 현재 10%인 소비세율을 12%로 올려야 한다며 자민당의 방위비 증액 공약을 비판했다.
오히려 두 야당은 2차 아베 신조 정권(2012.12~2020.9) 때 5%에서 10%로 인상된 소비세를 내려 최근 물가 급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헌민주당은 최근 물가 급등을 '기시다 인플레'라고 부르며 대규모 금융완화 지속에 따른 엔화 약세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쳐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고물가를 선거 쟁점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실제 고공행진을 하던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물가 급등 영향으로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야권의 공세가 선거전에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3일 실시한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시하는 정책을 물었더니 37%가 '경기 및 고물가 대책'이라고 답했다. 이어 '연금 등 사회보장'(20%), '외교·안보'(14%), '교육 및 육아 지원'(9%)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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