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물든 미 독립기념…축제행진에 총기난사해 최소 6명 사망(종합3보)

입력 2022-07-05 10:42   수정 2022-07-05 11:35

피로물든 미 독립기념…축제행진에 총기난사해 최소 6명 사망(종합3보)
옥상서 소총 고속연사…30여명 부상·수백명 혼비백산
경찰, 22세 백인 용의자 붙잡아 조사중…범행동기 미확인


(뉴욕·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미국의 최고 축제인 독립기념일마저 무차별 총기난사 참변으로 얼룩졌다.
AP, 로이터, CNN방송 등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하이랜드파크에서 기념 퍼레이드를 노린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
하이랜드파크 경찰은 거리를 향해 옥상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한 혐의로 20대 백인을 유력한 용의자(person of interest)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최소 6명이 살해됐다고 확인했으나 부상자 중에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근처 노스쇼어대 병원은 부상자가 36명 이상이라며 대다수는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하이랜드파크 병원은 사건 피해자 26명을 받아 치료하고 있으며 연령이 8세부터 85세에 이른다고 밝혔다.
총격이 벌어진 하이랜드파크는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부유한 마을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주민 3만명 중 90% 정도가 백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멕시코 국적자 1명이 포함됐다고 멕시코 외교부 고위관리가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하이랜드파크에서 오전 10시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10여 분 뒤였다고 시카고 지역 매체들이 보도했다.
총성이 울리자 수백 명의 행진 참가자가 의자, 유모차, 담요, 세발자전거 등을 내팽개치고 대피했다.
목격자인 마일스 자렘스키는 CNN방송에 자동소총 소리와 비슷한 20∼25발의 총성을 들었다며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의 부대 행사인 어린이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5살 아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주민 지나 트로이아니는 AP통신에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지고, 헤어진 가족을 찾는 등 혼돈이 벌어졌다"면서 "유모차를 버리고 아이만 안고 뛰어서 대피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총격범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옥상에서는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능 소총 1정이 발견됐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현장 녹음물에는 30발 정도의 고속 연사가 두 차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랜드파크 경찰은 이 지역 출신인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E. 크리모 3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경찰은 크리모 3세를 시카고 외부 고속도로에서 발견해 충돌없이 붙잡았다고 밝혔다.
앞서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용의자 1명의 단독 범행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벨리 대변인은 이날 총격이 "완전히 닥치는 대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범행의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날 총격은 미국 전역이 독립기념일 축제 분위기에 들뜬 가운데 벌어져 더욱 충격을 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이랜드파크는 물론 노스브룩, 에번스턴, 디어스필드, 글렌코, 글렌뷰 등 시카고 북쪽의 주변 지역들도 독립기념일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번 독립기념일에 미국 공동체에 다시 슬픔을 안긴 무분별한 총기폭력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J.B.프리츠커(민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미국의 축제가 미국 고유의 병폐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다"며 "독립은 1년에 한번씩 기념하는데 대형 총기사건은 일주일마다 치르는 전통이 돼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다른 국가들이 개탄하도록 한 대형 총기사건 뒤에 다시 불거졌다.
올해 5월 뉴욕주 버펄로의 슈퍼마켓에서는 흑인들을 겨냥한 백인의 총격으로 10명이 숨졌고, 텍사스주 유벨디에서는 초등학교에 침투한 범인이 총기난사를 자행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했다.
두 총기사건의 범인 모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18세 남성으로 밝혀져 총기규제에 연령제한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AFP통신은 통계 사이트 '총기폭력 아카이브'를 인용해 미국에서 한해에 4만명 정도가 총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보도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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