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인텔 등 실적 전망치 줄줄이 하향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PC 판매가 줄고 가상화폐 채굴이 시들해지면서 코로나19 이후 이어졌던 전 세계 반도체 호황의 둔화 조짐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PC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최근 물가 부담 속에 제품 교체를 미루고 있고,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코인 채굴을 위한 반도체나 그래픽카드 소비 붐도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세계 PC 생산량은 전년 대비 8.2% 하락한 3억2천120만대에 그칠 전망인데,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첫 2년간 생산량이 각각 13%, 15%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주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는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91억4천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72억달러(약 9조3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중국 경제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소비자 지출 감소 등으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보다 안 좋다면서, 새로운 시장 상황에 맞춰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반도체 업체 인텔도 지난달 PC 반도체 부문 채용을 잠정 동결하는 등 긴축 조치를 취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이 전달보다 "매우 시끄러워졌다"면서, 소비와 투자를 그에 맞춰 조정하겠다고 지난달 말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PC 사업 분야를 보수적으로 본다면서 향후 몇 년간 컴퓨터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봤고, HP나 델 등 다른 업체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게 WSJ 설명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도 최근 코인 채굴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과 비디오게임에 쓰이는 그래픽카드 부문의 수요 둔화에 대응해 채용을 줄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상반기 48%나 떨어졌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 측은 올 하반기에는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 전망도 신중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인텔의 2분기 매출 평균 추정치는 지난 2월 184억달러(약 23조8천억원) 수준에서 최근 180억달러(약 23조3천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추정치는 4% 줄어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3∼4년마다 (반도체 업계에) 침체에 준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우리가 이를 맞이할 운명일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다만 WSJ은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 현상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데이터센터용이나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납품하는 일본 소재기업 쇼와덴코는 공급망 혼란과 엔저 등에 대응해 이윤이 적은 생산라인 비중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쇼와덴코 측은 이러한 상황이 최소 내년까지는 뚜렷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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