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란창강·메콩강 협력 외교장관 회의 개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한종구 특파원 = 미중 전략경쟁 속에 대(對) 동남아 외교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이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 5개국과의 외교장관 회의에서 협력 심화에 뜻을 같이했다.
5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바간에서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이 제7차 란창강·메콩강 협력(LMC)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경제 융합 심화, 농업협력 확대 등 6대 협력 방향을 제시하고 농업, 수자원, 디지털 경제, 우주, 보건, 인재 양성 등과 관련해 중국이 이행할 6가지 지원 및 협력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참가국들은 논의 결과를 집약한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하고, 관세 및 무역, 통관 원활화, 농업협력 및 식량안보, 재난관리 등 4개 협력 영역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왕 부장은 이번 회의 계기에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과 양자 외교장관 회담도 개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회의의 성과를 묻는 말에 "지난 1년 동안 6개국은 같은 강물을 마시고 운명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초심으로 감염병에 저항하며 질 높은 교류를 했다"며 "이 협력은 높은 수준의 발전을 유지하고 지역 협력의 금빛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앞으로 6개국은 함께 손을 잡고 세계 대변화의 거친 파도를 넘을 것이고, 현재의 지역 협력이 발전하는 좋은 기회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전략적 지침 강화, 경제융합 심화, 농업협력 확대, 친환경 발전 견지 등의 방면에서 협력의 질을 업그레이드해 더 긴밀한 란메이(란창강과 메콩강) 국가 운명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 회의를 미국이 지난 5월 말 창설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비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5일 지속가능성과 실질적 내용이 결여된 IPEF는 LMC 협력 체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썼다.
동남아 국가 중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이 참여한 IPEF가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 이슈를 다루지 않아 참가국들이 누릴 실질적 혜택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을 겨냥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라오스 철도 건설, LMC 참가국 출신 유학생 2만 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장학금 제공, 500개 이상의 생계형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의 지원 등을 LMC 틀 안에서 이뤄지는 중국과 동남아 간 협력 사례로 소개했다.
중국은 2016년 메콩강 유역 5개국과 LMC를 출범해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의 등을 이어오고 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베트남·태국·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를 거쳐 남중국해로 유입되는 길이 4천800㎞의 강이다. 메콩강 상류를 중국에서는 란창강이라 부른다.
왕 부장은 미얀마에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한다.
왕 부장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와 이념을 고리로 대 중국 포위망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과의 대치 심화 속에 중국은 지난달 23일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등 계기에 '경제 발전'을 공통분모 삼아 개도국 그룹 내 동조 세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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