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선박 '주차보조 시스템' 상용화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

입력 2022-07-06 07:01  

[스타트업 발언대] 선박 '주차보조 시스템' 상용화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디지털 기술이 토대가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로 각종 모빌리티(이동체)의 자율성이 급속히 진화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육상에서 움직이는 자동차의 경우 자율주행을 통제하는 AI(인공지능) 역할이 커지면서 운전자가 할 일이 나날이 줄고 있다.
하늘 영역에서도 무인비행체인 드론을 중심으로 자율운항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 AI 기술 활용된 스마트 항만 운영 시스템
씨드로닉스(SEADRONIX)는 바다를 무대로 하는 선박의 자율주행(운항)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직원 30명 규모의 딥테크(과거에는 불가능했지만 오늘날에는 조금이나마 실현이 가능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KAIST)에서 학부(전자·건설환경공학 복수전공)를 거쳐 로보틱스 분야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무인선을 연구했던 박별터(36) 대표가 동문 3명과 손잡고 2015년 12월 세웠다.
씨드로닉스는 출범 초기에 소형 선박의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집중하다가 대형 선박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항만 시스템과 선박운항 보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자로는 'AI 접안 모니터링 시스템'(아비스·AVISS)을 선보였고, 후자로는 'AI 어라운드뷰 시스템'(내비스·NAVISS)을 상용화했다.
아비스는 울산, 부산, 인천, 여수·광양 등 국내 주요 항만에 시험적으로 설치돼 운용 중인데, 도선사뿐만 아니라 부두 운영사 및 현장 관계자들이 함께 쓸 수 있어 대형 선박 접안 전체 과정의 보조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운항 선박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내비스는 2019년 현대중공업에 납품되고, 최근 특수선박에 채용되는 등 사용하는 선박이 늘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2020년 1월 해양수산부의 신기술 인증을 받고 조달청에 의해 혁신제품으로도 선정됐다.



◇ '쟁반 위 구슬 다루기' 대형 선박 접안
박 대표는 카이스트 대학원 동기들과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분야의 창업에 도전한 동기에 대해 "정말로 잘할 수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씨드로닉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제품인 아비스는 쉽게 말하면 자동차 주차 보조 시스템의 대형 선박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보다 수천 배 큰 대형 선박의 접안(주차)은 물 위에서 브레이크 없이 이뤄지는 작업이어서 제어하기가 까다롭다.
대형 선박의 접안 과정을 두고 '쟁반 위에 있는 구슬을 다루는 것처럼 어렵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 대형 선박의 접안은 예인선으로 불리는 보조 선박들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그 과정이 한층 복잡할 수밖에 없다.
선박과 부두 사이의 거리와 접근 속도 등 안전한 접안을 위해선 필요한 정보들이 많다.
하지만 종전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위험이 도사린 작업이 이렇다 할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진행됐다고 한다.



◇ "우리가 세상을 주도해 바꾼다" 의지로 창업
아비스의 핵심은 고성능 카메라로 바다, 육지, 선박 등 대상체를 식별하는 AI 영상인식 기술과 각종 센서가 파도 높이, 선박 속도, 장애물과의 거리 등에 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센서 퓨전(융합) 기술이다.
두 기술로 모은 정보는 수치화돼 영상과 함께 도선사와 예인선 관계자들의 스마트폰이나 PC 등 단말기에 실시간으로 전달돼 안전한 접안을 돕게 된다.
대학원에 다닐 때 지도교수로부터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박 대표는 창업의 뜻을 같이했던 '드림팀' 동료들이 "세상을 우리가 주도해 바꿔보자는 의지가 강한 친구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애초 자동차, 선박, 비행기를 아우르는 자율 주행·운항 관련 알고리즘을 연구하다가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낮아 낯선 분야라고도 할 수 있는 선박 쪽으로 관심을 집중하게 된 배경으로는 세 가지를 거론했다.
우선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분야라서 기술의 혜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당시 블루오션이던 이 분야에서 정말로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아울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 해외서도 주목받는 'AI 접안 모니터링 시스템'
씨드로닉스는 그간 쌓아온 독자적인 스마트 항만 구축 및 자율운항 관련 기술을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 분석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의 시장 규모가 2천357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아비스 도입에 관심을 표명한 곳은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라고 한다.
해외시장 공략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시장의 평판(레퍼런스)이다.
한국에서 시스템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호평이 쌓이는 것이 해외시장 공략의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다.
이미 해외 고객의 문의를 받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박 대표는 "국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해외 업체들에 (우리 제품을) 알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좋음에도 정체 상황인 국내 시장을 개척하는 문제가 박 대표로서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다.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전국 5대 항만에 약 1천 개 선석(船席·배 대는 자리)이 있지만, 선석별로 설치하는 아비스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현재 20곳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작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시스템이 설치된 선석이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스마트항만 시범 단지 등을 통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드로닉스는 지난해 9월 울산항만공사와 AI 적용 스마트항만 인프라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향후 5년 내 IPO 목표…"응원해 주세요"
박 대표는 스마트 항만 및 자율운항 시스템의 고도화로 해당 분야 일자리가 줄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아주 먼 미래에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향후 5~10년 이내에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한층 편안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점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운항 기술이 운항의 편리성을 높이겠지만 안전운항에선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편리한 운항이라는 것은 안전을 지키는 과정이 수월해진다는 의미"라며 "안전과 편리성은 같이 가는 단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박 대표에게 10년 후의 포부를 물으니 세계 10위, 50위권에 들어가는 항만에서 씨드로닉스 로고를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AI 기반 지원 기술을 앞세워 해운업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기업으로 씨드로닉스를 키우겠다고 했다.
전 세계로 봤을 때 라이벌 업체가 몇 군데 안 될 정도라고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인 박 대표는 선박 자율운항이라는 분야가 낯설고 특수한 영역이다 보니 출범 초기엔 투자 유치와 채용 면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올해 초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시리즈 A단계의 막판 투자금으로 45억원을 끌어와 누적 투자유치액으로 100억원을 달성한 점을 거론하며 이제는 선박 자율운항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해 주는 쪽으로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전했다.
향후 5년 안에 기업공개(IPO) 목표를 잡고 있다는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외길을 걸으며 한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자신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이 코너를 통해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CEO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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