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항공사-코레일 거론하며 근본 혁신 필요성 강조…8월중 중간보고
"LH, 땅 사놓고도 민원이 있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수년째 방치하기도"
"공항공사, 부대시설 입찰-매각-용역서 온갖 비리…표준약관도 무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산하 공공기관들이 혁신 과제를 냈는데 본질적인 것들이 빠져 있다"면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강도 높은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토부 산하 28개 공공기관의 자체 혁신안이 국민의 기준에서 볼 때 크게 미흡한 수준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을 거론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아울러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관별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는 없는지, 자회사 재취업 사례는 없는지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원 장관과의 일문일답.
-- 혁신의 4가지 기준을 제시했는데 문제점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거기에 대해 재취업 또는 인사청탁으로 사람을 넣어준다거나 이런 부분이 덩치가 큰 몇몇 기관에서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고, 자체 감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번에 이들이 스스로 개혁의 수술 메스를 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선 수사로 갈 부분은 그대로 가고, 또 구조적인 문제를 차단하고 이해충돌이나 내·외부의 이해집단과 유착되는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를 7∼8월에 강도 높게 진행한 이후 8월 중 중간보고를 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
-- 국토부 혁신안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개혁과 어떻게 다른가.
▲ 국토부가 지도·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할 것이다. 기관들이 1차로 500여개의 혁신과제를 냈는데 본질적인 것들이 빠져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업무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고 정의감이 넘치며 혁신에 대한 뚜렷한 의지와 철학을 가진 민간 전문가들과 국토부 공직자들이 함께 강도 높게 혁신을 진행할 것이다.
-- 혁신의 구체적인 대상이 되는 예를 들어달라.
▲ LH의 경우 주택공급과 주거복지가 주된 업무다. 이를 위해 토지수용권도 줬고 공공용지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했는데 땅을 사놓고도 민원이 있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수년째 이를 방치하고 있다거나 2기 신도시나 택지개발 사업을 하면서 교통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행위가 있다. (교통의 경우) 만약 자기들이 살 집이라고 생각하면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남의 일로 쳐다보는 자세, 이런 부분은 스스로 지적조차 안 되고 있다. 본연의 사명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 또 다른 사례도 있나.
▲ 최근 SRT 궤도이탈 사고의 경우도 선행 열차가 (이상징후에 대해) 제대로 신고하는지도 문제이고, 또 기관사가 제대로 신고했는지, 신고받은 로컬 관제에서는 경각심을 갖고 임하지 않았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 자신들의 알량한 경험적 감각에 의해 '무시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해 국민 전체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다면 안될 일이다. 그래놓고는 'SR 때문이다', '폭염 때문이다'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라면 (국토부가) 지원금을 올려줘도 백약이 무효다. 공항공사의 경우 부대시설 입찰과 매각, 용역 등에서 온갖 비리와 함께 표준약관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고, 또 낙하산에 알박기 인사로 뭉개고 있다.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가 들어가면 정치권을 동원해 무마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체 고발 장치도 움직이지 않는다.
-- 다른 영역의 혁신 대상은.
▲ 한국부동산원의 공시가격 업무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원이 현재 가격정보 생산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데 KB나 다른 스타트업 등이 가격 탐색 기능을 고객들에게 더욱 투명하게 제공하면서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부동산원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퇴직자들의 노후를 챙기고 직장보험의 자리를 얻는 것으로 끼리끼리 감싸면서 모든 문제 제기를 묵살하는 구조로는 안 된다. 연구개발(R&D) 기관도 마찬가지이고 주렁주렁 달린 자회사, 용역 관계, 연구과제를 발주하고 온갖 위원회에 들어가서 심의하면서 폐쇄회로 내에서 자기들끼리 모든 절차와 권한을 돌리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고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 첫걸음을 확실히 떼겠다.
-- 28개 기관을 다 들여다보려면 시간이 꽤 소요될 텐데.
▲ 한 TF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게 아니라 기관별로 TF를 꾸릴 거다. 작은 기관은 소수의 팀을 꾸리고 큰 곳은 분야별로 점검해 동시에 일제 점검에 들어간다. 잠정적으로 8월에 중간보고를 하고 혁신과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나온다면 시한을 두지 않고 더 연장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 혁신안 이행 과정에 따른 상벌이 있나.
▲ 당연하다. 인센티브와 패널티 없이 어떻게 실효성을 갖겠나. 패널티로는 집중감찰과 수사 의뢰까지 예정하고 있다.
-- 산하기관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바뀌면서 평가 등의 기준도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 일부 일리가 있다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간 정권의 강압이나 분위기에 의해 지휘를 받는 입장에서 끌려갔던 부분에 대해 일부러 잡아내 흔든다든지 하는 의도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공공기관은 정권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다. 그래서 법적 권한도 줬다. 자신들 본연의 임무를 역행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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