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올 1월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76억2천만 달러(9조9천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미 국무부는 집계하고 있다.
재블린 미사일 6천500발, 155㎜ 곡사포 126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8문 등 첨단무기가 미국의 지원 목록에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 일각에서는 이런 지원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다.
특히 정치 성향이 서로 정반대인 좌파와 우파 성향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반대를 놓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고 포린폴리시(FP)가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구 소련, 러시아라면 치를 떨던 미국 극우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응원하는 모습이 최근에는 낯설지 않다.
FP에 따르면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간판 진행자 터커 칼슨은 러시아가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번 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방송에서 반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탈 나치화를 위해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했다는 크렘린궁의 '핑계'도 반복해서 강조한다.
칼슨의 발언은 러시아 국영방송에서 정치선전용으로 재활용된다. 터커의 발언이 '서방의 시각'으로 둔갑하는 셈이다.
좌파 지식인 사회에서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다.
대표적인 석학 놈 촘스키(94)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전 개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냉철한 정치인의 모범'으로 추켜세웠다.
자코뱅, 뉴레프트리뷰, 데모크라시나우 등 미 급진좌파 잡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무리한 확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러왔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 좌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러시아산 연료 수입금지 방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극우파 의원과 극좌 성향 의원들이 함께 미 정부의 러시아인 제재안을 반대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런 현상은 '극과 극은 통한다'는 식으로 단순히 해석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 등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FP는 분석했다.
극좌·극우 등이 각자의 방식대로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있지만 결론만 '전쟁 반대'라는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령 좌파는 자국 외교 정책에 대한 불신이 전쟁 개입 반대의 주 원인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베트남 등지에서 전쟁에 개입해 각국에 크나큰 고통을 안겨줬던 만큼 우크라이나에서도 최대한 개입을 자제해야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로 우파는 미국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다양성'과 소수자 권리 존중 흐름과 역행하면서 소수자를 대놓고 탄압하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지지할 수 있다고 FP는 진단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뭘 하든 덮어놓고 반대한다'는 식의 미국 공화당 일각의 분위기나, 현재 집권한 기득권 체제에 대한 반발심 등도 작용될 수 있다고 F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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