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체재' 노르웨이 가스전 3곳 폐쇄…정부, 개입 의사
독일, 대응책 마련 분주…에너지기업 구제안 마련
獨경제장관 "에너지산업 위기, '도미노 효과' 부를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숨통'을 쥐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에너지 부족에 직면한 처한 유럽의 위기가 커지는 형국이다.
러시아가 11일부터 가스관 운송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유럽행 에너지의 주요 수출국인 노르웨이의 가스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면서 유전·가스전 3곳이 멈춰섰다.
AFP,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 경로인 '노르트 스트림'의 운영사는 오는 11∼21일 정기 점검을 이유로 가스관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정비를 위한 일시 중단이지만, 서방의 제재에 반발하는 러시아가 독일 등을 길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 스트림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를 60%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노동자들이 5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3곳의 유전·가스전 운영을 중단했다.
노르웨이 원유·천연가스협회(NOG)에 따르면 파업으로 6일 가스 생산이 29만2천 boe(원유환산배럴), 원유 생산은 13만 배럴 감소한다. 가스 감소분은 평일 수출량의 13%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이 예고대로 오는 9일 파업을 확대하면 가스 수출이 최대 56%(111만7천 boe) 감소할 것으로 NOG는 추산했다.
러시아 다음으로 유럽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노르웨이의 파업 소식에 영국 가스 도매가는 이날 16% 뛰었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5일 메가와트시(㎿h)당 175유로로 지난 3월 초 이후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NOG는 "유럽은 러시아의 공급 중단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노르웨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대규모 파업은 가을·겨울을 앞두고 가스를 비축하려는 국가들에 엄청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노르웨이 정부는 개입 의사를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는 분규를 제3자 중재에 맡기기로 했는데 노르웨이 법에 따르면 이 경우 노사는 파업을 중단하고 중재에 응해야 한다.
미국의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업인 프리포트의 텍사스 시설이 지난달 폭발 사고로 가동이 일시 중단된 것도 유럽의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공급 축소 이후 유럽이 미국산 LNG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설에서는 미국이 수출하는 LNG의 5분의 1이 생산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자 곧 눈앞에 닥칠 에너지 위기 앞에 비상이 걸린 독일은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은 특히 가스 부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자국 에너지회사 도산을 막으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독일 정부는 5일 정부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에너지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제 법안을 마련했으며 8일 의회에서 표결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가스를 사지 못하고 더 비싼 현물시장에서 가스를 조달하느라 재정 상황이 나빠진 유니퍼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유니퍼 지분 최대 25%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회사가 시가총액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최대 90억(약 12조원) 유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안에는 가스 조달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안도 포함했지만 바로 도입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가격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키우고 유권자의 불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우리는 가격이 상승하고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올겨울 기본적인 에너지 공급을 지속하고 에너지시장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베크 장관은 에너지산업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 된 리먼 브러더스 파산처럼 에너지시장 전체를 무너뜨리는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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