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회담 앞두고 후시진 "대미 환상버리고 군사대항까지 대비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대표적 관변 언론인이 주요 20개국(G20) 회의(7∼8일·인도네시아) 계기에 열릴 미국과 중국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미·중 관계 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군사적 충돌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7일 중국 온라인 매체 관찰자망에 올린 글에서 "과거 중국 사회는 보편적으로 양호한 중·미 관계 유지를 희망했다"며 "양호한 중·미 관계가 중국 사회 개혁·개방의 중요한 추동력을 형성한다고 보편적으로 인식했다"고 적었다.
후 씨는 이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중·미 관계의 나선형 악화가 이미 사실이 됐고, 중국 사회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억지하려 하는 한 중·미 관계의 긴장 고조 추세는 이미 돌이키기 어렵다는 보편적 인식이 형성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사람은 (미·중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렸으며, 관계 악화를 주도적으로 추동하진 않지만 중·미 관계의 추가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예를 들어 만약 대만 해협 또는 남중국해에서 어느 날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할 경우 중·미 군사대항이 발발할 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또 "중국 고위급 외교관이 강경한 태도를 더 많이 보이기를 희망하는 중국인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 고위 인사가 매번 미국 측에 대해 강경 발언을 할 때마다 중국 여론은 환호한다"고 적었다.
후 씨는 또 6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도 "과거 인민들은 양호한 중·미 관계를 지지할 뿐 아니라 그 방면에 노력할 공간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중국 사회는 이미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해 환상을 버렸다"며 "중국 외교관의 강경 발언은 갈수록 환영받는다"고 주장했다.
후 씨는 지난해 말 환구시보 총편집인에서 물러난 뒤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로 정부의 대 내외정책을 뒷받침하거나 정책 추진에 앞서 '밑자락'을 까는 듯한 그의 글은 온라인 공간에서 다수 매체가 전재하고 있다.
이번 글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외교에 도전이 되고 있는 서방과의 관계 악화가 전적으로 미국 책임임을 강조하고, 미·중 관계 개선이 어렵다면 오히려 반미를 고리로 국론을 결속하려는 정부 의중을 반영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중국 고위 관들의 대미 강경 발언이 환영받는다는 그의 주장에는 "정신이 든다", "강경 발언에 그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는 등 지지와 동조 의견과 함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옛날 덩샤오핑은 일본에 가서 각계의 도움을 구하기까지 했는데 당신들의 기세는 우주를 정복할 것 같다"고 비꼬았고, 다른 네티즌은 "강경 발언이 도대체 좋은 점이 많은지, 나쁜 점이 많은지 묻고 싶다"고 썼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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