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 줄이며 명분으로 지목한 장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그 이유로 제시한 가스관 장비 반환 지연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노르트스트림-1에 쓰이는 가스관 터빈을 러시아에 보내지 말라고 캐나다에 로비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장비는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캐나다 지멘스에너지에 수리를 맡긴 것이다. 러시아는 앞서 캐나다가 제재를 이유로 이 가스터빈을 보내지 않아 노르트스트림-1 설비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가스 공급량을 줄인 바 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장비 전달이 대(對)러시아 제재 위반이라며 지난달 캐나다 정부에 로비를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가스와 관련한 어떤 장비도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금지된다"며 "장비 전달이 승인되면 우리는 유럽 동료(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그런 접근법을 재평가하라고 반드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자신들이 합의한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연대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캐나다에 사는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들도 가스관 터빈 전달을 막기 위해 캐나다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을 제외하면 캐나다는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가 가장 많이 사는 국가다.
이민자 단체인 '우크라이나계 캐나다 회의'(UCC)는 터빈 반환이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국가들을 갈라칠 음모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라 치치 UCC 전국 회장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면제한다면 러시아의 협박과 에너지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며, 오로지 테러국가 러시아의 배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는 가스관 터빈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장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제에 혹독한 대가를 부과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유럽 우방과 동맹국을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는 이번 사안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이는 캐나다와 독일의 문제"라며 "우리로서는 유럽행 가스 흐름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터빈을 내준다면 환영할 뿐"이라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역량을 지난달 40%로 감축하며 지멘스에너지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의 반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푸틴 대통령의 주요 측근인 알렉세이 밀러가 이끄는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전비를 대고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을 위협하는 자원 무기화에 나선다는 비판을 받는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확 줄어든 독일로선 답답할 뿐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3일 독일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은 갑자기 수백 유로가 오른 난방비 청구서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지난주 "러시아가 주장하는 터빈의 기술적 문제는 순전히 핑계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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