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3불' 등 이전 정부 대중정책 유지 기대 내포한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은 7일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 계기에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한중 외교장관 대면 회담에서 예상대로 한국의 대미 접근을 견제했다.
8일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회담에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중국 포위에 방점 찍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고 있는 데 대한 중국의 견제 의중을 드러냈다.
왕 부장은 "일방적인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강압과 집단 따돌림이 만연한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라는 전 인류 공동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의 부당함을 강변하면서 마치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이 자유와 인권 수호 등 '가치 외교' 기조를 강조한 데 맞대응하듯 중국이 생각하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거론한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주장하는 '가치'만이 인류보편의 가치일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왕 부장은 또 "양국은 이미 달성한 공감대와 이해를 견지하고, 상호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했던 이전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도 드러냈다.
왕 부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이임을 앞뒀던 장하성 전 주중대사를 만났을 때 "한국의 새 정부도 대 중국 우호 정책을 계속 견지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왕 부장이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공자의 '인이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其可也·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를 인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과거 중국 측 인사들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과 관련, 한중 고위급 사이의 정치적 상호 신뢰 부족이 갈등의 최대 원인이라는 인식을 피력해왔다.
결국 논어를 인용한 왕 부장의 '신의' 강조는 상호 신뢰를 강화해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사드 3불 정책(사드 추가 않고,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것일 수 있는 셈이다.
왕 부장은 앞서 지난 5월 16일 박진 장관과의 영상 통화에서도 "상호 신뢰의 기반을 다지자"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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