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기업 자금조달 빨간불…회사채 발행액 절반으로 '뚝'

입력 2022-07-10 07:00  

고금리에 기업 자금조달 빨간불…회사채 발행액 절반으로 '뚝'
순상환 발생…회사채·국고채 금리차도 벌어져
철강·건설 등 업황 악화로 신용등급 하향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움직임이 지속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달 한국과 미국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발행 규모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9조4천억원…46% 감소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9조4천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 규모 17조4천888억원보다 46.2%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됐던 2년 전 같은 기간(13조9천54억원)과 비교해도 32.35% 감소했다.
지난 1월 8조7천709억원으로 시작한 회사채 발행액은 2월 8조8천87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달 7조8천692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회사채 상환액은 지난 1월 5조4천572억원에서 지난 5월 8조4천70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달에는 6조5천8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회사채 발행액(7조8천742)보다 상환액이 큰 순상환이 나타났다. 이달도 지난 8일 기준 발행액과 상환액이 1조5천382억원 수준으로 똑같아 순상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회사채 만기 상환액이 새로 발행된 금액보다 크다는 것은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서기보다 부채를 갚는 것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꺼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회사채 발행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회사채·국고채 스프레드 확대
회사채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회사채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8일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186%로, 1년 전(1.865%)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같은 날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0.035%로 역시 1년 전(8.222%)보다 크게 올랐다.
특히 지난달 17일에는 AA- 등급 금리와 BBB- 등급 금리가 각각 4.468%, 10.306%를 기록해 나란히 연고점을 찍었다.
AA- 등급 금리는 2011년 4월 4일(4.47%), BBB- 등급 금리는 2011년 8월 5일(10.31%) 이후 최고점이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금리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0.871%포인트로, 지난해 4월 16일(0.875%)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두 채권 간 스프레드는 올해 초 0.605%포인트 수준이었으나 지난 4월 20일 0.705%포인트로 0.7%포인트 선을 넘은 뒤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국고채보다 회사채의 위험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시장의 우세한 예측대로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 인상)을 밟게 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 건설·철강·증권·카드·할부리스 등 신용등급 우려
경기 둔화로 하반기에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신용평가사들은 건설, 철강, 금융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반기 건설 업황에 대해 "공사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과 분양 경기 저하 지역의 확산 등으로 점차 비우호적인 양상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최근의 영업 여건 변화가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차입금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크거나 분양 위험에 취약한 사업지 구성으로 업황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사의 경우 향후 경기 하락국면에서 신용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철강업과 관련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철강 수요 둔화로 하반기 업황이 약세 전환하는 가운데 철강 가격과 롤마진(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것) 또한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 수익성이 약화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부재료 가격과 전기료 인상 부담 또한 전반적인 원가 부담 상승 요인"이라고 짚었다.
또 "중국의 거시 정책과 철강 산업 정책은 글로벌 철강 수요, 철강 원자재와 제품 가격 추이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며 "하반기 이후 업황은 중국의 정책과 경기 회복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에 등급 상향 조정이 우세했던 금융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등급 전망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세부 업종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생명보험은 금리 상승으로 보험 영업 부문 마진이 개선되는 점이 수익성에 긍정적"이라며 "은행은 순이자마진 개선이 지속되겠으나 대손비용 부담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증권, 신용카드, 할부 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은 금리 상승 시 불리한 사업 구조이므로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 저하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실적 저하가 심화할 경우 신용등급 방향성은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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