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개편 어떻게…과표 고쳐도 면세자는 안 늘린다

입력 2022-07-10 05:31  

소득세 개편 어떻게…과표 고쳐도 면세자는 안 늘린다
10명 중 4명은 소득세 한 푼도 안 내…"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적합"
최하위 과표 구간은 현행 유지·하위 과표 구간 세분화 등 예상
면세자들 세금 내게 되면 조세저항 가능성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정부가 15년 만에 소득세제의 틀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향후 개정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과세표준(과표) 구간 조정을 통해 자연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소득세 면세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5년 만의 소득세 전면 개편…과표 일정 비율 상향 검토
10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중·저소득층 과표 구간 조정을 포함한 소득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과표 구간 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2007년(시행은 2008년부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고소득층의 과표 구간이 일부 추가되거나 세율이 조정되긴 했지만, 서민이나 중산층이 다수 포함된 1천200만원 이하(세율 6%), 4천600만원 이하(세율 15%), 8천800만원 이하(세율 24%)는 과표 구간이 15년째 그대로 유지됐다.
물가가 오르는데도 세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 것이다.
가령 한 근로자의 소득세 과표(근로소득금액에서 각종 공제금액을 제외한 금액)가 4천500만원에서 임금 상승 등으로 3%(135만원) 늘어나 4천635만원이 됐고 그해 물가 상승률이 3.0%였다고 가정하면 이 근로자의 실질 과표는 사실상 변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명목 과표는 증가했기 때문에 4천6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오른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변함이 없지만,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돼 결과적으로 증세가 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실질소득이 줄었는데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특별시·광역시 등 도시에 거주한 2∼4분위 중산층 근로자 가구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한 번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 대비 31.4%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더욱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과표 개편 당시에도 정부는 과거 물가상승률(40∼50%)을 한 번에 반영하기엔 세수 감소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과표 구간(당시 1천만원·4천만원·8천만원)을 10·15·20%씩 상향 조정했다.
올해 역시 저소득층을 더욱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차등을 두고 과표를 상향하되, 상승 폭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 내는 사람만 더 많이 내는 소득세…하위 구간 세부 조정도 들여다봐야
이와 함께 정부는 과표 하위 구간을 세부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태에서 과표를 일괄적으로 올리기만 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표 최하위 구간이 현재 1천200만원에서 1천500만원으로 25%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종전까지는 세금을 내던 근로자도 앞으로는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높은 편인 만큼, 정부가 이러한 방향을 검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는 2013년 531만명에서 2014년 802만명, 2015년 810만명으로 증가했으며, 2019년(705만명)에도 700만명을 넘겼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36.8%에 달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약 4명 가까이는 근로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과세 대상자 1인당 세 부담은 2013년 201만6천원에서 2019년 339만3천원으로 68.3% 상승했고, 실효세율은 4.5%에서 5.8%로 높아졌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만 내고, 세금을 낼수록 더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소득세 면세자를 지금보다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위 과표구간을 현행(1천200만원)대로 유지하되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과 지금보다 낮은 하위 과표구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하위 과표 구간을 새로 설치해 종전까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던 근로자들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게 되면 조세저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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