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난 궁여지책으로 노숙자·주정뱅이도 입대 권유"
러 '작전 일시 중지' 선언했지만 소규모 전투는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공격을 앞두고 병력보충을 위해 본토는 물론 돈바스 점령지에서 예비군 등 병력을 모집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열악함만 드러내고 있다는 서방 정보기관들의 분석이 나왔다.
영국 국방부 정보기관 국방정보국은 9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추가 공격을 위해 자국 전역에서 예비군을 모집,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한 축인 루한스크주를 점령한 후 남은 도네츠크주 공략을 앞두고 작전 일시 중지를 선언하고서 재정비 중이다.
현재 러시아군은 본격적인 도네츠크 공격에 필요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보충대를 투입하는 등 병력을 재배치하고 물자를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아직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작전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전력을 다 노출한 것이 아니니 조만간 전투에서 제대로 화력을 보여주겠다는 엄포다.
하지만 영국군 국방정보국은 새롭게 충원된 병력이 구식 무기체계와 부적절한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푸틴 대통령의 위협에 걸맞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국방정보국은 "새로운 보병 부대의 대부분은 그동안 창고에 오래 묵혀둔 MT-LB 장갑차를 주요 수송 수단으로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T-LB 장갑차는 1950년대에 대포를 끌기 위한 트랙터로 설계됐다"며 "장갑은 매우 얇고, 차량에 부착된 방어 무기는 기관총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쟁 초기 러시아군 돌격부대가 최대 33㎜ 두께의 장갑과 30㎜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BMP-2 보병 전투 차량을 갖췄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국방정보국은 꼬집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점령지에서 모집한 병력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중순까지 돈바스에서 약 14만명의 군인을 모집해 이중 4만8천명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인권단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군인을 모집하면서 노숙자와 주정뱅이에게도 입대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심각한 병력 손실에 직면한 러시아군이 병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마구잡이 모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ISW는 또한 군 모집자에게 필요한 장비가 지급되지 않아 일선에선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고 숙련된 장교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작전 일시 중지를 선언했지만 소규모 전투는 이어지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8일 "러시아가 작전을 중단하기는커녕 정착촌 포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돈바스에 추가로 전차 부대를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ISW는 러시아가 언급한 작전 중지는 대규모 공세를 멈춘다는 것일 뿐, 국지적인 작전까지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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