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지도자 공백 속 야권은 분열…IMF 협상 차질도 불가피할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가 대통령의 전격 사임 선언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큰 위기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이중고'를 겪게 됐다.
경제난 타개에 힘을 모아야 할 급박한 상황에서 한동안 국가 최고 권력층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9일 밤(현지시간)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에게 오는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외신과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대통령의 사임 의사 발표는 이날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가운데 각 정당 대표가 대통령과 총리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후에 나왔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2005년 이후 형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와 함께 스리랑카 정치권을 좌지우지한 인물이다.
이날 대통령의 사임 선언으로 그간 스리랑카 정국을 장악했던 라자팍사 가문도 권좌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경제난이 심화하고 정권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마힌다는 지난 5월 초 이미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내각에 포진했던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도 모두 사퇴한 상태다.
문제는 현재 야권이 분열된 데다 라자팍사 가문처럼 카리스마 있게 정국을 이끌 대안 세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단 각 정당 대표는 이날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당 지도부는 조만간 의회를 소집해 대통령 직무 대행을 공식적으로 선출하고 임시 거국 정부 구성 및 선거 일정 발표 등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합심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라자팍사 가문 퇴출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뜻을 모았지만 향후 권력투쟁 과정에서는 다시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협상에도 한동안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본격 협상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연료, 의약품, 식품 등 생필품 부족과 물가 폭등에 시달리는 국민은 당분간 더욱 심한 민생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심의 지지를 얻은 새 정부가 구성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 나가는 데 더 유리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했고,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당국은 4월 12일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지난 5월 18일부터는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당국은 IMF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인도, 중국, 세계은행(WB) 등에서 긴급 자금을 빌려 '급한 불'을 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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