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플랫폼은 사회적 공기 역할 해야"
"사모펀드 인수시 플랫폼노동자 조건 악화하고 시민 비용부담 가중"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카카오[035720]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은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한 계열사의 노동자들까지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가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데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업확장과 이윤에 치우친다는 비판에 대해 지난해 카카오가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물밑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는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단체교섭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승욱 크루 유니언 지회장은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에 나서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운전노조와 사모펀드에 매각에 반대하고 카카오 플랫폼이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인수는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플랫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힘든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태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 전국화섬식품노조 박영준 수도권지부장,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 김종현 공공운수노조 택시노조 지부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 1천100만 공동투쟁 집행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 부위원장은 "사회적 이익이 투기자본에 집중되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면서 "노동자 실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책임 경영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익 실현을 위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경영진이 구체적 내용을 알리지 않아 노동자들의 불안도 늘고 이용자들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오 지회장은 "이익을 극대화 하다보면 그로 발생하는 손해는 고객에게 전가된다"면서 "IT업계에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나쁜 선례가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 분할됐으며, 현재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를 주력 서비스로 삼고 있다. 최근 투자 유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약 8조5천억원으로 평가됐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대주주인 카카오가 사모 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뒤 회사와 노조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투자총괄 부사장은 지난 6일 사내 공지 글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57.5%를 보유한 1대 주주이며, TPG컨소시엄은 약 24%,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은 6.2%를 보유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기자회견 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MBK파트너스가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매수해 50%대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가 되고 카카오가 40%대 지분으로 2대 주주가 되는 것이 골자"라고 카카오 측의 매각 계획안을 전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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