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기난사 생존 교사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안와"

입력 2022-07-11 10:59   수정 2022-07-11 18:26

텍사스 총기난사 생존 교사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안와"
40여일 만에 악몽 같았던 78분 회고…"교실 총격 이후 침묵만 흘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줄곧 누군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들어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죠."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벌어진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 교사 아눌포 레예스는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교실에서 총에 맞은 직후 경찰 목소리를 듣고 도움을 기대했으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5월 24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이 사망자 중 11명은 레예스가 가르친 4학년생이었다.
레예스는 악몽과도 같았던 78분을 회상하면서 "여름방학을 앞두고 평온한 날이 되리라고 생각했었다"며 끔찍한 그날을 떠올렸다.
그의 반 학생은 18명이지만, 일부는 귀가했고 11명은 영화 '아담스 패밀리'를 보기 위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복도에서 총성이 들렸고 폭발물 잔해가 교실로 날아 들어왔다.
레예스는 아이들에게 "우리 연습한 적 있잖니. 책상 아래로 들어가면 괜찮을 거야. 눈을 감고 자는 것처럼 있으렴"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보지 않기를 바랐다"고 NYT에 말했다.
범인은 모자가 달린 검은색 상의와 얼굴 절반을 가리는 검정 의학용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레예스는 기억했다.
레예스는 "범인과 눈이 마주치자 총에서 두 차례 불빛이 났다"며 "그는 나를 먼저 쐈다"고 설명했다.
이후 범인은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레예스는 NYT에 "아이들은 아마 바로 죽었을 것 같다"며 "설령 살아 있었다고 해도 충격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이 학교에 난입하고 3분 정도 지난 뒤 레예스 교실 밖에 도착했다고 알려졌다.
레예스는 경찰관 한 명이 범인에게 "나오라"고 소리쳤으나 범인이 답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그때 옆 교실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어린이의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기 명령을 받은 경찰관은 레예스가 있는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범인은 교실을 어슬렁거리다 엎드려 있는 레예스의 등에 물을 떨어뜨렸다.
레예스는 "범인은 내가 죽었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며 "그는 잃을 것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자 범인은 약 25분 뒤에 레예스의 등을 향해 다시 한번 총을 쐈다. 그러고 나서 범인은 옆 교실로 건너갔다고 레예스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레예스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범인을 죽인 뒤에서야 경찰은 그에게 "일어설 수 있으면 일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총상을 입은 그가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순 없었다. 그는 또 다른 경찰관이 갑자기 욕을 하듯 "아이들이 이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학교에서는 소총과 방탄방패 등으로 무장한 경찰이 있었으나, 범인을 바로 제압하지 않고 1시간가량을 허비해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이 크다.
롭 초등학교에서 10년간 교사로 재직한 레예스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유밸디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의사는 그에게 총에 맞은 팔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NYT는 전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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