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총동원령 대신 자원자에 '월 최고 780만원' 지급 약속
온라인 구인광고 수천건…사면 조건 걸고 재소자들 모집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군이 현금을 앞세워 동원 작업을 개시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로서는 추가 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 총동원령에 의존하지 않고 신병을 모집하는 소위 '은밀한 동원' 전략을 쓰고 있다.
크렘린궁은 병력 보충을 위해 빈곤한 소수 민족, 분리주의 영토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용병, 국가방위군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참전을 자원하는 이들에겐 막대한 현금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있다.
온라인 구인광고 사이트를 보면 국방부 각 지역 사무소가 군 특기자를 찾는 글이 수천 건이다. 글로벌 구인 사이트에 최근 올라온 글을 보면 전투 기술자, 유탄 발사기 운용 가능자, 심지어 낙하산 편대 지휘관을 찾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자발적으로 참전하는 사람에게는 월 2천∼6천달러(약 259만∼778만원)의 급여가 제공된다. 러시아군의 평균 월급 700달러(약 90만원)의 최대 8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쟁 전 일반 병사의 월급은 월 200달러로 훨씬 열악했다.
다만 이런 구인 광고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3개월로 한정된 단기 복무 제안은 귀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체첸 자치공화국에서도 병력 모집에 나섰다.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2013년 설립한 사설 훈련기관 '러시아 특수군 대학'을 활용해 체첸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서 병력을 모으고 있다.
체첸에서는 전쟁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경범죄로 체포된 사람들은 종종 구타를 당하고,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겠다는 계약에 서명하거나 뇌물을 건네야 한다는 보도가 다수 나왔다. ,
카디로프는 참전을 자원하는 자에게 3개월 계약에 약 6천달러에 추가로 러시아 국방부가 약속한 하루 53달러(약 6만9천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해왔다.
전장에서 위험한 기술적 작전은 숙련된 용병이나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가 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한 러시아 독립 탐사보도 매체에 따르면 와그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재소자 수십 명에게 약 4천달러 지급과 함께, 살아 돌아올 경우 사면하는 조건으로 6개월간 참전 계약을 맺자고 설득해왔다.
스웨덴 방위연구소의 요한 노르베르그는 "이들 모든 단체가 러시아의 결정적인 승리에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돈바스 등지에서 약간의 전술적 진전을 허용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싸우는 병력에는 현금 보너스는 지급되지 않는다. 징병제는 18∼65세 남성을 대상으로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전선의 병력은 주로 그 지역에서 징집된 남성들로, 크렘린궁은 이들이 우크라이나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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