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곳 세무조사·준법경영조사…"시장 잠식 中휴대폰업체 집중 견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인도가 2년 전 중국과 국경 충돌 이후 자국 내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단속과 규제에 나섰다고 매일경제신문 등 중국 매체들이 12일 보도했다.
매체들은 인도에 진출한 중국 기업 500여 곳이 인도 당국의 세무조사와 준법 경영(컴플라이언스) 조사를 받았다며 "중국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한 이후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인도 당국은 외국 기업들을 겨냥할 때 '탈세 카드'를 사용한다며 노키아, 월마트, IBM 등 다국적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은 뒤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도 당국이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중국 기업에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것은 고금리와 폭력을 동원한 빚 상환 독촉으로 논란이 됐던 중국 대부업체들이었다.
그러나 은밀하게 활동하는 이들 업체가 법망을 빠져나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인터넷과 전자제품 제조, 인프라 투자 업체들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으로 중국 언론은 분석했다.
인도 주재 한 중국 기업인은 "중국의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됐고, 금융 당국뿐 아니라 사이버 범죄 수사기관, 경찰까지 나섰다"며 "인도의 임원들이 중국 기업에서 집단 퇴직하고, 인도 회계법인들은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사를 맞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2년 전 접경국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사전 심사를 의무화했는데 접경국가 중 인도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국 기업들의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는 6천318만 달러(약 830억원)로, 전년보다 70%가량 급감했다.
인도가 특히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이유는 자국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샤오미(24%)와 비보(15%)는 각각 점유율 1위와 3위에 올랐다.
리얼미, 오포까지 포함한 중국 4대 업체의 점유율은 63%에 달했다.
인도의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에도 중국 기업들은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큰 데다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른 인도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등 외국기업으로 등록하거나 인도인들을 명목상의 대표로 앉히는 등 편법을 동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도 금융범죄수사국(ED)이 최근 중국 휴대폰업체 비보의 자산 46억여 루피(약 760여억원)을 압수했다고 인도 언론들이 지난 7일 보도했다.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방해했다"며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공정·정당하며, 차별적이지 않은 사업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 당국은 올해 초 샤오미 인도 법인에 대해 수입 관세 65억3천만 루피(약 1천55억원) 추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불법 해외송금 혐의로 555억 루피(약 9천140억원)를 압수했다.
2020년 6월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양국 군대가 몽둥이 등을 동원해 몸싸움을 벌여 최소 20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고 중국군 4명도 숨지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됐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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