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36만9천578명, 6세까지 추적결과…"항생제 사용이 장내 미생물 변화 불러"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생후 6개월 이내에 항생제에 노출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발육부진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약 2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차병원·강북삼성병원·강동성심병원·강남성심병원·전남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2008∼2009년 전국에서 태어난 36만9천578명을 대상으로 생후 6개월 이내 항생제 노출이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항생제'(Antibiotics)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 생후 6개월 이내에 항생제를 처방받은 아이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20만3천73명(54.9%)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6만6천505명(45.1%)은 6개월 이내 항생제 처방 기록이 없었다.
항생제 처방 누적 일수는 7일 이하가 62%로 가장 많았지만, 장기간 처방으로 볼 수 있는 8일 이상∼13일 이하와 14일 이상도 각각 21%, 17%로 적지 않았다.
연구팀은 항생제 처방 그룹과 비처방 그룹에서 각각 7만2천983명을 선정해 3∼6세 때의 키와 체중을 비교했다.
이 결과 항생제 처방 그룹에서는 발육부진 비율이 0.84%(615명)로, 항생제 비처방 그룹의 0.74%(543명)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이런 데이터로 볼 때 생후 6개월 이내에 항생제 처방을 받은 아이들의 발육부진 위험도가 비처방 그룹보다 평균 19.8% 더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연관성은 항생제 처방 기간이 길수록 더욱 뚜렷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발육부진은 영양소의 소화와 흡수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소장 내 미생물군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면서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를 부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개월 이내 항생제 사용은 이외에도 발육부진만큼은 아니지만, 저신장과 비만, 과체중 위험을 각각 4.3%, 6.4%, 2.9%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아비만은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물론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비만한 유아 3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만용 교수는 "생후 6개월 이내는 장내 미생물들이 자리를 잡는 중요한 시기여서, 이때 항생제에 노출되면 아이들의 건강에 여러 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률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높다"면서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라도 항생제 처방에 경각심을 가지고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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