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청년이 국가에 가보 헌납"…관제언론 통해 대대적 홍보
대대로 '권위·정당성' 선전에 활용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부가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진 대형 루비를 한 시민으로부터 기증받자 관제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13일 현지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군정이 운영하는 방송 매체는 미얀마 군이 중량 2천789캐럿의 루비를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에 기증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이날 기증식에는 SAC 의장 겸 군정의 리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군 실세들이 대거 참석했다.
흘라잉 장군은 한 애국 청년이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를 군에 기증해 다시 국가에 헌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정이 발행하는 신문도 관련 사진을 지면에 실으면서 루비의 명칭을 SAC로 정했다고 전했다.
군정 기관지인 미야와디는 사설까지 게재하면서 명예와 권위 등 점성학적 측면에서 루비가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진 행운에 대해 기술했다.
군정이 운영하는 매체들은 이번에 기증받은 루비의 가치는 감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으며 현재 보안시설에 보관돼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정은 대대로 행운의 상징인 루비를 발견하거나 기증받을 경우 정권의 권위와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왔다.
지난 2013년 군 출신인 테인 세인이 이끌던 정권도 친군부 성향의 기업으로부터 1천907캐럿 루비를 받자 이같은 사실을 관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앞서 1990년 8월에는 소 마웅 최고사령관과 탄 쉐 부사령관 등 군 실세들이 모곡 지역에서 발견된 500캐럿 짜리 루비를 놓고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모곡은 미얀마 내에서 가장 유명한 루비 산지다.
군부는 당시 루비 발견을 기념해 기념 우표까지 발행했고 여러 발간 서적에 사진을 게재했다.
또 루비의 이름을 당시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로 명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루비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bum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