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감옥행' 줄어드나…경제형벌 비범죄화·형량조정 추진(종합)

입력 2022-07-13 16:22   수정 2022-07-13 16:31

'기업인 감옥행' 줄어드나…경제형벌 비범죄화·형량조정 추진(종합)
형벌규정 전수조사…필요시 징역·벌금형 없애거나 과태료로 전환 검토
공정경제 3법·중대재해처벌법 등 대상 거론…국회 문턱 넘기 힘들수도
전경련 "환영"에 기업인 봐주기·재계 도덕적 해이 조장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정부가 경제 활동과 관련한 형벌을 전수조사해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약화할 우려가 있는 규정은 없애거나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손질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경제형벌 개선 방안이 실현되면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의 '감옥행'이 예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행령이 아닌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

◇ 경제 형벌규정 전수조사해 개선 필요시 비범죄화·형량 합리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를 열고 향후 TF 운영 방안과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
TF는 자체 조사와 경제단체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경제 형벌 규정을 전수조사한 뒤 '제로베이스'에서 개별 형벌 규정들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개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규정에 대해서는 비범죄화나 형량 합리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범죄화는 '국민의 생명·안전이나 범죄와 관련 없는 단순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에 대한 형벌은 삭제하거나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게 TF의 설명이다.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 벌금형 등 형벌 조항을 삭제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TF는 서류 작성·비치 의무를 위반한 행위, 폭행 등 불법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단순히 행정조사를 거부한 행위 등에 대한 형벌 규정의 경우 비범죄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량 합리화에 대해서는 '형벌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보충성(행정제재 먼저, 형벌은 나중에)과 비례성(위법행위와 처벌 간 균형) 등 원칙에 따라 형량을 완화하거나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TF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비·음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해 처벌하고, 기업활동과 관련해 사망이나 상해가 있으면 상해는 감형하는 등 형벌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무관한 경우 범죄 경중에 따라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 '필요·최소한 형벌인지' 등 5대 기준 따져 개선 대상 선정
TF는 방 차관과 이 차관이 공동단장을 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환경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공정위원회·금융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 등 12개 부처와 민간 법률전문가가 참여한다.
TF는 그동안 부처별 소관 법률조항을 전수조사하고 경제단체 등 민간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경제 형벌 규정을 파악했으며, 앞으로도 개선 대상 규정을 지속해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11월 16개 경제부처 소관 법률 721개 중 경제법률 301개를 분석한 결과 형사처벌 항목이 6천568개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내용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TF는 '사적자치 영역에 대해 필요·최소한의 형벌인지', '행정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 입법목적이 달성 불가능한지', '유사한 입법목적의 다른 법률조항과 형평성이 맞는지', '해외사례보다 과도한지', '시대변화로 더는 형사처벌이 불필요한지' 등 5대 기준을 따져 형벌 규정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처별로 개선안 초안을 만들면 각 부처 1급이나 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회의에서 초안의 타당성을 심의해 최종안을 도출하게 된다.
이달 중 부처별 초안을 마련해 8월부터 실무회의 심의에 들어가는 것이 TF의 현재 목표다. 개선계획은 이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 공정경제 3법·중대재해처벌법 등 거론…국회 문턱 넘기 힘들 수도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경제 형벌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민간 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줄여줘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TF는 이날 회의 관련 자료에서 "민간중심 역동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 기업들의 자유·창의를 가로막는 범부처 경제 형벌 규정에 대한 일제 점검·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간 경제활동과 관련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징역과 같은 인신 구속형 처벌을 하는 경제 형벌 규정이 점차 증가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TF는 다른 나라보다 과도한 처벌로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가 느끼는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 공급망 혼란과 물가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확산하고 탄소중립 대응 필요성이 커지는 등 대내외 리스크가 늘고 있어 민간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F는 기업활동의 불안·애로를 늘린 법안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국제노동기구(ILO) 관련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거론했다.
이날 TF 발표에 대해 전경련은 "정부가 그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경제형벌 개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 경제계는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 형벌 규정의 축소가 '기업인 봐주기'로 이어져 재계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의지와는 별개로 실제 형벌 규정의 대대적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수조사 후 도출된 개선안 중에는 형량 합리화 등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안도 있겠지만, 법 자체를 바꿔야 하는 사안이 상당수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기업인에 대한 형벌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이 순탄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charg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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