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에도 물가안정 중점 두고 통화정책 운용 의지 재차 강조
"올 연말 기준금리 2.75∼3.00%로 본 시장 기대, 합리적"
영끌족에게 "부동산·주식 가격 조정 불가피…위험성 고려해야" 조언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이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것은 (시장에) 좀 더 명확한 신호를 보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물가상승률이 더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p) 인상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이런 '빅 스텝'을 단행한 데에는 시장 심리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물가 상승세를 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날 브리핑 석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데 이를 각오하고서라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길 기다리는 것인지"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은, 그보다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바로잡는가 하면, "의결문에 '물가 중심 운영'이라는 문구가 빠졌다고 해서 물가보다 경기(를 우선시하겠다) 이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또 올 연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3.00%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가 "매우 합리적"이라고도 말했다. 앞으로 남은 8·10·11월 세 차례 금통위 회의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인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상 첫 빅 스텝 결정이 나온 직후의 간담회였던 만큼 현장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을 밟았다. 연내 한 번 더 밟을 가능성은.
▲ 우리 경제 성장 경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면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해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하거나 경기 침체가 더 심화하게 되면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빅 스텝을 안 하거나 언제 다시 할지에 대해서는 시장과 충분하게 소통했다고 생각한다.
--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중심 운영'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전에 통화정책을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겠다고 했는데, 경기 상황으로 초점이 옮겨갈 수 있다고 해석하면 되나.
▲ 발표문에 '물가 중심 운영'이라는 말이 빠졌다고 해서 물가보다 경기(에 방점 두겠다) 그런 건 전혀 아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빨라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 중심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훨씬 강화된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6%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4%대까지 가는 상황이다. 이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너무 높은 수준이다. 고물가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데 이걸 각오하고서라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면 되는가.
▲ 물가상승률이 꺾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은, 그보다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줘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물가가 더 안 올랐으면 하는 뜻에서다.
-- 시장은 올 연말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나.
▲ 합리적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2.75%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는데, 물가 상승세가 큰 상황이다. 다만 대내외적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이나 유가 등을 봐야 할 것. 3.00%를 넘는 금리를 예상하는 것은 고물가가 고착화한다는 가정이 필요한데, 우리의 베이스라인 시나리오(기본적인 전망)는 그것이 아니다.
-- 이달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이 단행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어느 수준까지의 격차를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가.
▲ 연준의 큰 폭 인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한미금리차가 역전되겠지만, 이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때 0.50%포인트에서 1.00%포인트까지 간 적도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금리차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1.00%포인트까지 격차가 나면 어떡하냐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자본 유출, 환율 상승이 발생하는 것인지를 봐야 하는데 현재는 유로화, 엔화 등이 절하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봐주길 바란다.
-- 빅 스텝 효과는 언제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 시차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원/달러 환율이 전날 1,316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하고 있어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19일 예정된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가. 이외 어떤 안건에 관해 얘기할 것인지.
▲ 한미 통화스와프는 재무부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업무다. 다만 지난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두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기에, 그것(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논의에서 오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에 도달했다고 보나. 더 올리면 통화정책 정상화가 아닌 긴축으로 봐도 되는가.
▲ 중립금리는 학술적인 개념인 데다 범위가 굉장히 넓다. 이날로 2.25%가 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의 큰 범위에서 하단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두 번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더라도 긴축으로 보기엔 어렵지 않나 한다.
-- 물가 상승의 정점은 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본다. 이후에는 당분간 고물가가 유지되긴 하지만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유가가 최근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기도 했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물가 하락세가)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으려 하면 비용이 너무 크다고 해야 한다. 금리를 통해 물가를 잡는다는 신호를 주면 경제주체들이 가격이나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물가 잡는 정책을 동원하는 등으로 합작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 국내 투자자들이나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영끌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기준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은 불가피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30대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 없었을 것이다. 현재 고물가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나 금리가 0∼2%, 3%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머물 것 같다는 가정에서 경제활동을 하기보다는 다른 위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의사결정 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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