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취약층 고통 커질듯…정부 '금융부담 경감'에 80조 투입

입력 2022-07-13 15:13  

[한은 빅스텝] 취약층 고통 커질듯…정부 '금융부담 경감'에 80조 투입
금리 0.50%p 오르면 대출자 1인당 연이자 32만원 증가 전망
정부, 소상공인 부담완화에 집중…채무조정·저금리 대환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13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단행 및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가파른 이자 부담 증가로 금융 취약층에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층이나 소상공인일수록 더 많은 이자 부담 증가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치솟음에 따라 8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취약 차주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 소득 낮을수록 금리상승 위험 더 노출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6조4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은 289만6천원에서 321만9천원으로 32만2천원씩 커진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수치로 실제로는 취약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에 노출될 개연성이 크다.
연합뉴스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보면 올해 1분기 무주택 상태로 전세에 거주하는 가구의 이자 비용 지출은 월평균 11만3천6원으로 1년 전(9만1천668원)보다 2만1천337원(23.3%) 증가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이자 비용 지출이 2만7천925원에서 6만4천336원으로 130.4% 증가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액 증가율이 더 높다는 점은 이들이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역시 가파른 이자 부담 증가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수의 소상공인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빚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960조7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년 3개월 새 무려 40.3%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신용 증가율(16.2%)을 크게 웃도는 증가 속도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상대로 이뤄졌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가 9월로 종료를 앞두고 있어 상환을 미뤄뒀던 일부 차주들로선 정책지원 종료와 이자 급등의 파고를 동시에 견뎌야 할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도 취약차주 빚 부담 줄이기 총력…채무조정·저금리 대환 등
정부도 금리 상승으로 취약 차주가 가장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경감하는 데 정책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총 80조원 규모의 금융 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수립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들이 9월 금융지원 조치 종료 이후에도 '금융 절벽'에 내몰리지 않게 하는 데 역점을 뒀다.
우선 빚을 갚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차주는 소상공인 새출발기금(가칭)이 대출채권을 금융사로부터 넘겨받은 뒤 상환유예, 10∼20년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금리 인하 등 채무조정을 해줄 방침이다.
금리 상승으로 기존 고금리 대출의 상환 부담이 높아진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는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의 대출 대환을 지원해준다.
제2금융권 등에서 연 7%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렸던 소상공인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을 통해 7% 이하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을 전망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된 가계를 위해서는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갈아타게 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올해와 내년 총 40조원 규모로 지원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취약층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된다면 향후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져 경제 전반은 물론 취약계층에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며 빅스텝 인상 결정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지는 취약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와 함께 중앙은행도 선별적 지원 방안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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