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국에 수녀·여평신도 들여 영향력 강화
"교황, 교회 내 '올드보이 네트워크' 깨려는듯"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세계 각지에서 신부를 주교로 승진시킬 때 때 교황에게 조언하는 교황청 주교국에 여성 3명이 입성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녀 2명과 여성 평신도 1명을 포함한 14명을 전날 주교국에 새로 배치했다.
남성만의 공간으로 여겨진 주교국에 여성이 들어옴에 따라 일선 교구의 운영에도 여성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게 됐다.
주교는 세계 각국의 교구를 이끌어 관리하며 현재 인원은 5천300명 정도다.
이탈리아 신문 라레푸블리카의 교황청 전문가 파올로 로다리는 "교황은 늘 여성들과 함께 주교를 선발한다고 말해 왔다"며 "교회에서 남성이 전유해 온 공간 구석구석에 교황의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주교국에 들어간 여성은 이탈리아 프란치스코회 수녀로 지난해 11월 바티칸시국 사무총장이 된 라파엘라 페트리니(53), 프랑스인으로 살레시오 수녀회 의장을 지낸 이본 로인고트(77), 교황의 오랜 친구이자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회장인 마리아 리아 제르비노 등이다.
더타임스는 이들의 주교국 입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을 움직이는 '올드보이 네트워크'를 깨뜨리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그동안 "남성보다는 여성이 감성, 직관, 기타 독특한 능력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교황은 여성을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왔다.
케이트 맥켈위 여성성직자회 사무총장은 교황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여성은 절대로 임명될 수 없는 주교를 선발하는 절차에 이들 여성이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그럼에도 이미 여러 여성이 수녀 등의 주교국 배치에 앞서 교황청 직책을 맡았다고 밝혔다.
교황청 개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직위에 오른 이탈리아 수녀 알레산드라 스메릴리(47), 교황청박물관장이 된 이탈리아 미술사가 바바라 자타(59) 등이 그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노동당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루스 켈리(54), 영국 왕세자의 재정관리인이었던 레슬리 페라르(66) 등 여성 6명을 교황 직속의 교황청 재정감독위원회에 들이기도 했다.
교황은 올해 3월에도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들이 바티칸시국의 여러 부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바티칸 헌법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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