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교육자 메리 베쑨…남북전쟁 장군 인물상과 교체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미국 각 주의 기념비적 인물을 전시하는 미 의회의사당 국립조각상수집관(National Statuary Hall)에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물상이 입성했다.
1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은 이날 미국의 저명한 교육자이자 여성·시민권 운동가인 메리 매클라우드 베쑨의 인물상이 기증된 것을 축하했다.
국립조각상수집관에는 미국 50개 주가 2개씩 기증한 100개의 인물상이 놓여 있다. 베쑨의 인물상은 플로리다주가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지휘관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커비 스미스의 인물상 기증을 철회하고 대신 기증한 것이다.
베쑨은 남북전쟁(1861~1865년)의 결과로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정에서 1876년 태어났다.
결혼 후 플로리다로 이주해 인종·성평등 운동에 투신한 그는 1904년 미국 베쑨-쿡먼 대학의 전신이 된 흑인 소녀들을 위한 산업훈련학교를 세웠고, 최초의 흑인병원과 흑인여성단체협의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관여했다.
1936년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청소년 노동 프로그램의 흑인 담당 국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당시만 해도 흑인 여성 공직자 중 최고위에 해당하는 직책이었다.
베쑨은 1940년에는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부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더힐은 베쑨이 1955년 심장마비로 별세할 때까지 루스벨트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대통령 5명에게 인종·성평등과 관련한 조언을 했다고 전했다.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은 "베쑨 박사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전형"이라며 "이념 경쟁의 시기에 그를 본보기 삼아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그의 상을 제막한다"고 말했다.
3.35m 크기로 조각된 베쑨의 인물상은 학사모와 가운을 입은 채 왼손에 흑장미를 움켜쥔 모습으로 묘사됐다. 이 인물상은 히스패닉 출신의 조각계 거장 닐다 코마스가 제작했다.
히스패닉계 조각가의 작품이 국립조각상수집관에 기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