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정당 '오성운동', 민생지원책 투표 보이콧 선언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내홍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연정의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은 14일로 예정된 정부의 260억 유로(34조2천376억원) 민생 지원책 법안에 대한 상원 신임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대표는 정부의 지원책이 불충분해 해당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상·하원 의석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오성운동은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연정의 주축 정당으로, 보이콧을 강행하면 법안은 사실상 무산된다.
이번 보이콧 선언은 최근 지속된 드라기 총리와 오성운동 지휘부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범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성운동은 드라기 내각의 정책 기조에 각을 세워왔고, 특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에 강력히 반대했다.
콘테 대표는 최근 몇 주 새 지속적으로 연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에 연정이 붕괴하게 되면 9월 조기 총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드라기 총리도 오성운동이 이탈한다면 연정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오성운동이 드라기 내각과 결별하더라도 당장은 의회 과반 유지에 지장은 없지만, 핵심 정당이 연정에서 빠져나간 상황에서 정책 추진의 동력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연정 붕괴가 현실화하면 국정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데 통상 9월은 이듬해 예산안 수립으로 분주한 시기여서 이탈리아 정계가 조기 총선만은 피하려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로마 루이스대학의 조반니 오르시나 교수는 폴리티코에 "팬데믹과 전쟁, 가뭄, 에너지 위기 고조 속에서 연정 붕괴에 책임을 지려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연립정부가 붕괴하는 등의 비상 정국에서는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유임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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