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구단이 홈구장 좌석 배치 등과 관련해 미국 장애인복지법(ADA·1990)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연방검찰 시카고 지부는 14일(현지시간) "컵스 구단이 지난 2014년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면서 ADA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제소 사실을 밝혔다.
컵스는 리글리필드가 개장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14년 무려 5억 달러(약 6천600억 원)를 투입해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리글리필드에 있던 전망 좋은 휠체어 전용 공간들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휠체어석은 일반 관중석의 맨 뒷줄에 자리 잡게 됐다며 "휠체어 사용자들은 입석 관중에 비해 제한된 시야를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또 구단 측이 휠체어 이동을 방해하는 기존 시설들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으며 새로 조성된 프리미엄 클럽과 단체석 구역에는 휠체어 전용 공간이 따로 없다면서 "휠체어 이용자들이 일반 관중과 같거나 더 나은 좌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존 로쉬 연방검찰 시카고 지부장은 "컵스 구단은 팬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팬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리글리필드의 각종 카운터와 화장실 내 종이타월 디스펜서 등의 높이가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너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컵스 구단은 "리글리필드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접근성을 눈에 띄게 높였다. 리글리필드는 그 어느 때 보다 접근성이 높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항변했다.
구단 측은 리글리필드가 시카고 시의 공식 명소이자 미국 국립사적지로 등재된 만큼 관련 법과 기준을 철저히 지켜가며 리노베이션을 했다며 "ADA 준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2018년 컵스 팬 데이비드 서다(당시 20세)가 컵스 구단을 ADA 위반 혐의로 제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듀센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어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서다는 컵스 구단이 리노베이션 진행 과정에 가장 좋은 휠체어 전용 공간을 제거함으로써 장애인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연방 검찰이 컵스 구단의 ADA 위반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2019년 12월 컵스 구단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대중에 공개됐다.
구단 측은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야구장 접근성을 더욱 향상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제안도 했다"며 검찰의 이번 결정에 실망감을 표했다.
이들은 "우호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법정으로 간다면 적극적인 변론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글리필드는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1912)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오래된 프로야구장이며 내셔널리그 소속 팀 홈구장 가운데는 최고 역사를 자랑한다.
리글리필드는 2004년 2월 시카고 공식 명소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 2020년 11월 미국 국립사적지(NRHP) 목록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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