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 틈도 없이 쾅" 우크라 빈니차 폭격 생존자 증언

입력 2022-07-15 10:22   수정 2022-07-15 12:02

"무서울 틈도 없이 쾅" 우크라 빈니차 폭격 생존자 증언
아파트·쇼핑센터·콘서트홀 등 무너져 100여명 사상
서부 '안전지대'로 피란왔던 동부 주민 "또 집 없어진 느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남쪽으로 약 260㎞ 떨어진 중서부 도시 빈니차는 14일(현지시간) 아침을 기점으로 또 한 번 평화가 깨졌다.
흑해의 러시아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 3발로 도시 곳곳이 잔해로 변하면서 주민들은 충격과 허무함을 감추지 못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빈니차는 주거 건물에서부터 커뮤니티 시설, 의료센터, 웨딩홀, 쇼핑센터, 댄스 스튜디오까지 주민이 일상을 보내던 장소가 무더기로 무너졌다.

구조당국에 따르면 이날 빈니차에는 건물 50채가 넘게 파괴됐다. 세르히 보르조우 빈니차주 주지사는 공동주택 36채가 파괴됐고 밝혔다.
수많은 차량과 트램은 불이 났다.
인명피해도 심각하다. 어린이 3명을 포함한 민간인은 최소 2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실종자를 계속 수색하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당국은 부상자와 실종자에 대한 정보를 위해 24시간 핫라인을 가동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 라이사 루다노바는 "순간적인 폭음이어서 무서울 틈도 없었다"며 "(미사일 공격으로) 내 방 창문이 날아갔다"고 회상했다.
지역 랜드마크인 웨딩홀에서는 부부의 연을 맺으려던 커플의 대피 소동이 벌어졌고, 내부 직원들은 서류 더미와 컴퓨터 등 기록물을 급하게 챙겨 나왔다.
길 건너 있는 웨딩드레스 가게는 창문이 날아간 채 찢긴 웨딩드레스만이 바람에 흩날릴 뿐이었다.
구소련 시절부터 있던 콘서트홀은 지붕이 날아갔고, 맞은편에 식당과 사무실 등이 들어선 비즈니스 센터 1층은 원래 모습이 사라졌다.

주민 스비틀라나 쿠바스는 "의료기관 건물이 있었는데 첫 번째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유리가 창문에서 떨어졌다"며 "두 번째가 왔을 때는 귀가 터질 듯이 소리가 커서 머리에서 계속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현지당국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뼈대가 고스란히 드러난 한 건물에서는 근로자들이 벽돌과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애용했던 쇼핑센터도 잔해더미로 변했다.
한 직원은 차와 커피를 팔던 가게에서 짐을 싸고 있었다. 그는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며 "여길 다시 지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빈니차는 러시아 침공 후에는 동부 주민 수천명이 피란할 만큼 안전지대로 여겨지기도 했다.
주민 카테리나 포포바도 그중 하나다. 3월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안전을 위해 그나마 조용한 빈니차로 대피했지만 이날로 평화가 깨졌다고 했다.
그는 "이걸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금 다시 집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탄했다.
포포바는 이날 미사일이 도시를 덮친 뒤 길바닥에는 다친 사람들이 많이 누워있었다고 전했다.
빈니차에서는 3월 공항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주민들이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하려던 참이었다.
전쟁 초기 도시 밖으로 가족을 보내 떨어져 지냈다던 주민 바딤 라분은 최근 다시 자녀를 곁으로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는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한 심경을 전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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