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년여만에 1,320원 돌파…물가 상승세 높일 듯
고환율·고물가에 기준금리 인상 압박 커져…소비 위축 가능성↑
(서울·세종=연합뉴스) 신호경 박원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5일 1,320원마저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로의 진입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0원 오른 달러당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고환율이 수입 물가 끌어올려…수출 증가 효과는 '글쎄'
고환율의 지속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높아진 물가 수준을 더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은 0.1%로 낮아진다.
원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이 그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0% 급등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달러 외 다른 나라 통화가 같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본이 엔저 정책을 쓰면서 우리 환율이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며 "엔저가 되면서 우리 수출이 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환율 계속 불안하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 커져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사상 처음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주요 배경 중 하나도 '환율 방어'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만약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고도 환율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다면 빅 스텝을 굳이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달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이 되면,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은 더 커진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상당 폭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가 불안한데 환율마저 잡히지 않으면, 경기 훼손을 감수하고라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다.
◇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에 실물경제 '비상등'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겹치면서 우리 실물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는 모습이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물가가 들이닥치면서 민간 소비마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기준선 100을 밑돈다는 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이자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고금리로 기업의 투자 여력마저 줄어든다면 경기 침체로의 진입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빨리 올려 미국 경기가 침체하면,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 금리도 빨리 오를 수밖에 없어 경기 침체가 가속된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