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우크라, 지원 무기 행방 추적·감시 노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잔학 행위를 저지르거나, 전쟁 범죄를 은폐하는 데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무기가 이용됐을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래그래프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 군이 전쟁 범죄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같은 전략을 썼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를 조사관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무기를 전달해온 서방 국가들로서는 전달된 중화기가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주요 우려 사항 중 하나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무기들을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게 보내는 방안을 지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 시도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완전 해방'으로 전쟁 목표를 바꾸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추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무기를 추적하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으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영국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다연장로켓발사체계(MLRS)의 행방을 추적하는 조치를 이미 취해놓았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어 능력과 관련한 위험을 엄밀히 평가하는 한편 지원 무기 수령 시 우크라이나 군이 반드시 최종 사용자 협정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행동에 나섰다. 우크라 정부는 우방에서 제공받은 무기를 추적하기 위한 의회 위원회 설치안을 이날 공개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첨단 MLRS을 포함해 지원한 무기들이 적군의 수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서방의 우려를 수긍하면서도 "서방에서 받은 모든 무기는 등록을 거쳐 전선에 보내진다. 모든 것은 명확히 통제되고 있으며, 이제 이런 과정은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휴대용 로켓발사기와 장갑차, 소총, 탄약에 이르기까지 100억 달러(약 13조 원)어치 이상의 무기 공여를 약속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이런 무기가 전장에서 쓰이지 않고 암시장에서 밀매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진작부터 존재했다.
막대한 양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최종 행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 속에 이들 무기가 분쟁 지역이나 테러 단체, 범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면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편,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당국과 협력해 지원된 무기의 행방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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