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코로나19 보복 소비 영향으로 해외 명품 등 고가 제품에도 활짝 열렸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닫히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한데다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가처분 소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플렉스'(Flex·소비 과시) 했던 소비자들은 이제 저렴한 리퍼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 폭이 커진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명품도 리퍼나 중고제품을 찾고 있다. 플렉스 대신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짠+재테크)가 뜨고 있는 셈이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2분기 유통기한 임박 상품과 리퍼 상품 판매가 1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단순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전시품을 재포장한 리퍼 제품은 2분기 일평균 주문 건수가 1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상품 성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격이 새제품보다 크게 저렴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같은 여름 시즌 상품과 가구, 노트북 등 가전제품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율이 높아진 식품과 건강식품 등도 2분기 일평균 주문 건수가 30%까지 늘었다.
명품 브랜드도 이제는 중고품이나 전시 상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6.13∼7.13)간 명품 리퍼·중고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남성용 가방과 백팩 판매량은 390%나 늘었고 의류와 잡화도 217% 뛰었다.
이 기간 수입 명품의 전체 판매 신장률이 16%인 점을 고려하면 명품도 리퍼나 중고 제품의 인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명품 리퍼나 중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주로 40대(43%)와 50대(28%)였다.
G마켓에서는 또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e쿠폰 판매도 늘었다.
같은 기간 마트 상품권은 880%, 주유 상품권은 113% 판매가 증가했고 외식상품권(61%)과 영화관람권(95%), 구두·패션 상품권(69%)도 잘 나갔다.
편의점에서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싸게 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1만여개 매장에서 도시락, 유제품 등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달 1∼13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라스트오더 이용객은 2030 세대의 젊은 층이 60%에 달해 주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가 되면서 플렉스를 즐겼던 MZ세대마저도 리퍼나 중고 제품으로 눈을 돌리며 짠테크족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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