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층권 내 에어로졸 증가로 희귀한 풍경 연출
통가와 7천㎞ 거리…"하늘 공유하는 지구촌" 체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올해 1월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에서 발생한 해저화산 폭발 이후 남극 대륙의 황혼이 보랏빛 장관을 이루고 있다.
뉴질랜드 국립 수자원대기연구소(NIWA)는 남극 대륙 스콧 기지에 근무하는 과학기술자 스튜어트 쇼가 현지에서 찍은 대기 사진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붉은색, 자주색 등 하늘이 불타는 듯한 이 모습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지난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보고된 바 있으며, 남극 대륙에 근무하는 NIWA 소속 과학자들은 같은 현상이 지구 최남단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본부에 보고했다.
스튜어트 쇼는 "보통 남극 대륙은 겨울에 한낮 '항해 박명'을 제외하면 거의 계속해서 어둡다"며 "하지만 올해는 엄청난 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항해 박명은 태양이 뜨거나 지는 과정에서 지평선과 지평선 아래 12도 사이에 있을 때의 어두컴컴한 상태를 말한다.
쇼는 "이곳 기지 직원들이 멋진 색깔을 보려고 재킷을 부여잡고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믿거나 말거나, 이 사진들은 편집하지 않은 우리가 본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화산 폭발 이후 성층권 내 에어로졸(공기에 섞인 미세입자)이 급증한 데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NIWA의 기상 보관 나바 페데프는 위성 레이더 데이터를 보면 남극 상공 15∼24㎞ 높이 성층권에 에어로졸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통가 화산 폭발 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성층권 에어로졸은 화산 폭발 후 몇달간 지구를 순환할 수 있으며,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거나 올라갈 때 빛을 산란시키고 구부려 하늘에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자주색 등의 빛깔을 낼 수 있다고 페다에프는 덧붙였다.
화산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이런 황혼은 성층권에 도달하는 빛의 경로를 따라 존재하는 안개와 구름의 양에 따라 색깔과 강도가 달라진다고 했다.
뉴질랜드 남극 대륙 최고과학고문 조디 헨드릭스는 "이 사진들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우리 행성이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남극은 뉴질랜드에서 약 5천㎞, 통가에서 약 7천㎞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같은 하늘을 '공유'한다"고 평가했다.
통가의 해저 화산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는 1월 15일 대폭발을 일으켰다.
폭발 후 충격파는 통가에서 약 1만6천500㎞ 떨어진 영국 상공의 구름을 위로 움직일 정도로 강력했고, 이어진 쓰나미는 태평양을 넘어 다른 대양분지까지 영향을 미쳤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당시 화산재 기둥이 대기권의 대류권과 성층권을 뚫고 중간재(50∼8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화(35.4㎞)를 뛰어넘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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