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열리는 미주기구 총회, '화장실' 때문에 무산 위기?

입력 2022-07-16 06:31  

페루서 열리는 미주기구 총회, '화장실' 때문에 무산 위기?
미주기구 '성 중립 화장실' 설치 요구에 보수 국회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오는 10월 페루 리마에서 열릴 예정인 미주기구(OAS) 연례 총회가 때아닌 화장실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보수 야권이 장악한 페루 국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밤 본회의에서 10월 5∼7일 미주기구 총회 개최안을 찬성 44표, 반대 55표, 기권 6표로 부결시켰다.
의원들은 앞서 미주기구와 정부가 합의한 총회 개최안에 남녀 성별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을 회의장에 최소 1곳 설치하라는 미주기구의 요구가 담긴 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미주기구의 이번 52회 총회 슬로건은 '불평등과 차별에 함께 맞서자'이다.
우파 야당 민중권력당 소속 에르네스토 부스타멘테 외교위원장은 트위터에 "미주기구는 총회 개최 승인을 빌미로 성 이념과 관련해 페루 국내법을 바꾸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부스타멘테 위원장은 "그래도 10월 총회는 리마서 개최될 것"이라며, 정부와 미주기구가 새로운 합의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중권력당 의원 타니아 라미레스는 "여기 와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성소수자이기도 한 무소속 수셀 파레데스 의원은 "여전히 국회엔 불관용이 지배적"이라며 "화장실 하나가 페루 주권을 위협한다고 한다. 말도 안 된다"고 국회 결정을 비판했다.
세사르 란다 페루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에 국회의원들에게 재고를 요청하며 "이것(국회 결정)이 페루의 국제적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는 가톨릭 인구가 많아 사회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편이다.
지난 2018년 리마에서 개최된 미주정상회의에선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됐는데, 당시에도 페루 내에선 작지 않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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