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월 반도체 수출 전년 2배…이중용도 배송 8년간 281건 추가 확인
러, 中수입품으로 무기생산 의혹…대러제재 효과 저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에 수출되는 중국산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원자재의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 세관 자료를 바탕으로 올 1∼5월 중국에서 러시아로 수출된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갑절이 넘는 5천만 달러(약 662억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프린트 기판과 같은 여타 부품류 수출도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군사무기 생산과 항공우주 분야의 주재료 중 하나인 금속 알루미늄을 만드는 데 쓰이는 산화알루미늄 수출이 대폭 늘었다.
수출액이 가파르게 늘어난 데는 인플레이션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은 중국 기술기업이 러시아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WSJ는 평가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대러제재와 수출 통제 등을 동원해 러시아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낮추려는 서방의 노력을 방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 상무부는 러시아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최근 중국 5개 기업을 무역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또,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이날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폴리그룹(中國保利集團)의 자회사 폴리 테크놀로지가 러시아 방위산업체에 민간·군수 용도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른바 '이중용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조사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 무기, 미사일 기술, 드론 방어 레이저 기술 등을 판매하는 무기 업체인 폴리 테크놀로지는 2004년부터 올해 1월 사이 러시아 방위산업체에 281차례에 걸쳐 이중용도 제품에 해당하는 품목을 전달했다.
올해 1월 말 러시아 방산업체 알마즈-안테이에 안테나 부품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C4ADS는 러시아 세관 기록을 바탕으로 이 부품이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에 사용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S-400을 투입해 운용하고 있다.
나오미 가르시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폴리 테크놀로지는 명백히 러시아 정부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용 부품 조달을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 확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올 1월 미 국무부의 제재를 받았다.
레이더 부품과 반도체 외에도, 중국 업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조달하기 힘들어진 기초 소재의 공백을 메우는 데 일조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 3월 산화알루미늄 등 관련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 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산화알루미늄 수출은 이후 급증해 올 5월 15만3천t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227t과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미 상무부는 중국이 미국의 대러 수출 통제를 조직적으로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중·러 양국 간 무역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당사국에 우리의 완전한 법적·규제 도구를 적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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